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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웨딩북 Oct 23. 2018

결혼 준비 시작 전, 간곡히 드리는
당부

결혼 준비에서 혼란을 겪는 예비 신랑, 신부들에게


결혼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면,

웨딩홀부터 답례품까지 이어지는 방대한 영역에 놀라며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부터가 멘붕일 것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웨딩박람회에 찾아가거나, 웨딩컨설팅에 연락하는 등 

아주 기초적인(?) 방법으로 결혼 준비를 시작한다.


하지만 아시는지? 이게 바로 문제라는 걸.

(이런 방법을 '문제'라고 표현한 이유는 '눈탱이' 때문이다. 

가령 너무 일이 바빠서 눈탱이고 뭐고 대충 본식을 쳐내고 싶은 분들께는 문제가 안된다.)



  



웨딩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 그리고 가장 어려운 것은 바로 '고객 찾기'이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어제 프로포즈를 받아서 오늘부터 결혼 준비를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치자.

그렇다면 무엇부터 할 것인가?


아마도 검색 포털에 '결혼 준비 체크리스트'를 검색하거나,

좀 더 직접적으로 웨딩컨설팅에 상담을 의뢰할 수도 있으며,

웨딩 관련 커뮤니티에 가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순간부터 여러분은 엄청난 정보(라고 쓰고 광고라고 읽기)에 노출된다.

마케팅 비용을 투자하는 수 많은 웨딩 업체(컨설팅을 포함한 모든 관련 사업장)에서는 여러분의 DB가 보여지는 순간부터 기다렸다는듯 광고를 마구 쏘기 시작하는거다.


이해를 돕기 위해 상황을 가정해보면,


(A) 레몬테라스 결혼준비Q&A 게시판에 글을 등록 → 당신의 메일함과 쪽지함엔 각종 웨딩 관련 광고가 쌓이기 시작한다.

(B) 스드메 견적이 궁금해서 실시간 견적을 요청 → 견적은 뜨지 않고 잠시 후 담당 플래너라며 전화가 올 것이다.

(C) 웨딩 박람회에 가볼까해서 방문 신청 → 역시나 담당 플래너라며 전화가 올 것이다.


어떤 경로이든 당신이 '결혼 준비를 이제 갓 시작한' 예비 신랑,신부라는 것이 알려지는 순간부터 

수 많은 업체들이 당신에게 고민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어려운 말을 쏟아내며 계약을 유도할 것이다.


상품을 살 때는 인터넷에서 후기 보고 최저가 비교라도 하지, 

이건 뭐 정찰 가격이 나와있는 것도 아니고 대략 얼마인지 보려고하면 그렇게 연락을 해대며 박람회나 사무실로 상담 받으러 오라고 한다.

박람회에 가면? 당일 계약 혜택을 들이밀며 지금 아니면 이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강요한다. 그런데 그 박람회는 매달 열릴 것이다. 심지어 더 좋은 조건으로.  


결혼은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전환점이다.

결혼식은 그 중요한 전환점에 서있는 두 사람에게 인생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해주는 귀한 자리이고.

규모나 형식을 떠나, 이 중요한 순간을 위해 존재하는 전문가라면 진심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한번 뿐인 결혼식을 돈으로만 보는 

못된 업체는 피해야 할 것이 아닌가?
  


당신의 현명한 결혼 준비를 위해 딱 세가지만 강조하고 하고 싶다.


 

1. 당일 계약 혜택에 혹해서 성급하게 결정하지 말자.


: 박람회는 또 열리고, 좋은 혜택은 어디에나 있다. 계약금을 괜히 미리 받는게 아니며, 그 계약금은 돌려 받을 수 없다는 점을 꼭 기억하자.


2. 다양한 채널을 통해 충분히 알아보자.


: 사실 찾아보면 유익한 정보는 많다(물론 광고도 많지만ㅎ). 인스타그램, 블로그, 커뮤니티, 웨딩앱에서 관심있는 업체의 후기를 충분히 찾아볼 것.



3. 인정 넘치는 영업 멘트에 혹하지 말라.


: '딸 같아서', '너무 잘 어울리셔서' 등의 영업 멘트가 난무하는 곳이 웨딩 업계다. 내가 특별해서 남들보다 더 좋은 혜택을 받는다? 잘 생각해보라. 그 사장님에겐 딸 같은 몇 백 명의 고객이 있다. 좋은게 좋은거 아니냐는 반문에는 할 말이 없다. 기분에 휩쓸려 중요한 결정을 하지말라는 뜻이다.




'눈 가리고 아웅한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이 업계에서 일한지도 벌써 1년이다.

요새는 특히 규모 있는 모 컨설팅과 항공사의 부도로 인해 더 암울해진 것 같다.


하지만 오늘도 많은 업체들이 계약을 위해 주먹구구식 홍보를 할 것이고, 

나와 같은 입장에 놓여진 예비 부부들은 찝찝한 가운데 결혼 준비를 이어나가겠지.


물론 좋은 업체와 플래너도 많다. 하지만, '스드메'라는 용어조차 생소한 고객의 입장에선 옥석을 가리기가 너무나 어렵다.


게다가 '처음이지만' + '단 한 번뿐이니까' + '실수할 수 없기 때문에' 고객의 입장에서는 전문가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 사실을 아는 좋은 전문가는 당신의 특별한 하루를 위해 최선을 다할테고,

이 사실을 아는 못된 전문가라면 어떻게든 더 등쳐먹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소비자들이 현명해지며 최근 10년 간 빠르게 변한 여행 시장처럼 웨딩도 머지않아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나는 앞으로 더 투명해지고, 더 합리적으로 바뀔 대한민국의 웨딩 시장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내가 그러하고, 나의 동료들이 그러하며, 갖은 핍박과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텨주는 우리의 제휴사들이 그러하므로.


하지만 불합리한 요소가 너무나 많은 이 웨딩 시장에서 작은 아기새(?) 같은 예비 부부들이 걱정스럽다.

최근 규모 있는 모 컨설팅과 항공사의 부도로 인해 갑작스레 어려움에 처한 그들을 보면 더 속이 상한다.


비혼주의자를 자처했던 내가, 세상 그 무엇보다 사랑하는 내 님을 만나 여느 커플처럼 결혼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그 입장이 되어 '지금 내가 알고있는 이 사실들을 몰랐다'고 가정해보니 우스웠다.

나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광고를 보고 → 박람회에 가서 → 당일 계약을 하고 → 비교해보니 비싼 것 같아서 후회하지만 →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하니 → 그냥 울며 겨자먹기로 결혼 준비를 하고 있겠구나 싶었다.



앞으로는 웨딩 업계에 있는 사람이자 예비 신부로서, 

많은 이들이 결혼 준비를 현명하게 해낼 수 있도록 적극적인 

도움을 주고싶다.


그리고 이 글은 내 진심의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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