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준비를 하는 당신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
-
이 글은 웨딩플래너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직접 준비할 수 있는 웨딩시장이 만들어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관찰하고 있습니다. 웨딩북은 모든 웨딩플래너분들을 존중하며 함께 발전적인 웨딩시장을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
결혼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면서, 혹은 결혼 준비를 시작하며
모든 예비 신랑, 신부들이 생각하는 원초적인 질문.
"그래서.. 뭘 해야 하는겨?"
결혼 준비를 시작 했다면 대부분은 웨딩홀을 선택하는 것 까지 무난하게 통과한다.
'신랑과 신부의 중간, 밥은 맛있어야하고, 주차장도 넉넉해야하고...' 와 같이
나름 신랑, 신부가 원하는 웨딩을 생각하는 것에 맞춰 정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품목이 '스드메'로 진행된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 스드메 :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의 줄임말)
'스드메는 무조건 플래너랑 해라.'
마치 결혼준비 백과사전 한 페이지에 등록되어있는 문장도 아닌데
인터넷에서, 박람회에서, 이미 플래너와 결혼한 사람들이 예비신부에게 이야기한다.
그런데, 정말 나의 결혼준비에 웨딩플래너가 꼭 필요할까?
웨딩플래너와 함께라면 이 드넓은 웨딩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걸까?
스드메를 준비할 때 플래너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3가지 정도이다.
1. 플래너와 함께해야 가격이 저렴하다.
2. 요즘 카페나 인스타에 인기있는 샵들이 많이 제휴되어 있다.
3. 나는 잘 모르니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아마 결혼준비를 하고 있는 예비 신부, 신랑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보거나, 들어본 적이 있는 이유들일 것이다.
하나 하나씩 깊게 생각해보자.
사실, '플래너와 해야 가격이 저렴하다.' 보다 먼저 '플래너와 해야 가격을 알 수 있다'가 정확한 표현임을 밝힌다. 예비 부부가 마음만 먹는다면 직접 원하는 업체에 전화를 걸어 얼마냐고 물어볼 수 있다. (당당하게!)
이렇게 물어 알아낸 가격과 인터넷 쪽지를 받아 알아낸 가격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안 순간 '역시 플래너로 해야 저렴한거군.'이라고 느끼게 된다.
웨딩시장에서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것. 바로 '고객 찾기'이다.
웨딩 시장에 재방문 고객은 없기 때문이다. 언제나 새로운 고객을 모셔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각종 박람회, 웨딩 광고, 심지어 배너를 클릭만 했는데 바로 연락이 오는 컨설팅들은 이 '고객 찾기'를 대신 해주면서 업체에게 가격 협상을 요구한다.
그리고 이 어려운 '고객찾기'를 이용해 업체들을 압박한다.
입점비 및 광고비라는 명목의 큰 비용을 요구하거나, 밉보이지 않도록 행동하라는 압박까지.
일반 작은 업체들이 감당하기엔 너무나도 부담스럽고 과도한 요구들을 한다.
그렇다면 이 작은 업체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혼자 해보겠다고 따르릉 전화한 그 신부에게 2배의 가격을 받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렇게 절대 혼자 스드메를 진행할 수 없는 큰그림을 만드는 것이다.
웨딩 시장은 이렇게 구조화되어 굴러가고 있다.
악순환의 고리인 셈인 것이다.
스드메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다음 과정은 어떤 곳에서 할 것인지를 정해야한다.
예를들어 나름 드레스에 로망이 있는 신부라면 일명 손품(인터넷 검색)을 팔아 온갖 정보와 지식을 습득한 후 아래와 같이 생각할 것이다.
'검색해보니 00업체 후기가 많은데..? 여기 인기 많나보다.'
'별그램에 올라온 업체가 다 00이네..? 여기 완전 이쁜거 많나보다!'
물론 그 업체 예쁜 것은 맞을 것이다. (웨딩드레스는 대부분 직접 손으로 한땀한땀 제작한다. 안예쁠 수 없다..)
하지만 숫자에 주목해 볼 필요는 있다.
웨딩 시장에서 [밀어주기]라고 표현되는 이 관행은 제휴되어 있는 업체만 신부에게 푸시하는 것이다.
'여기 저희 제휴인데 좋아요.'라고 뻔하게 말해주지 않는다.
하나의 업체를 밀어주면서 자연스럽게 후기와 사진들이 노출되게 한다.
내가 인터넷에서 본 업체가 정말 자신의 마음에 드는 업체인지는 신중히 생각해봐야한다.
거대 자본이 만들어낸 주입식 취향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런 관행은 예비 부부보다 웨딩 관련 업체에게 직접적인 타격으로 연결된다.
마음에 안들면 너네한테 보내주는 고객들을 한 번에 끊어버리겠다고 겁을 줄 수 있다.
신규 고객 모객이 어려운 업체들은 이 말이 대단한 공포로 다가온다.
결국 이 역시도 웨딩 업체들이 계속 제휴로 소속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큰 그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깊게 생각했을 때 정말 모르겠어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껴진다면
이와 같은 경우에는 웨딩플래너와 하는게 정답이다.
요즘은 웨딩플래너 학과도 생기면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플래너들이 많아지고 있다.
진정으로 결혼이라는 소중한 순간을 잘 해낼 수 있도록 챙겨주고, 도와주는 플래너들을 만날 때면
그 열정과 프로페셔널함에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 때도 있다.
(대부분 주말이 없다. 예식이 주말에 있으므로 자신의 주말을 반납한다.)
하지만 나를 위한 이 전문가 역시도 큰 그림의 피해자라는 것을 아시는지.
행복한 결혼식으로 만들어주겠다고 패기 넘치게 입사한 신입 플래너는 아마 꿈꾸고 있었을 것이다.
'진짜 신부에게 잘 어울리는 것들을 같이 골라줘야지.'
'진짜 친구처럼 이야기하고, 재미있게 준비해서 좋은 기억을 만들어줘야지.'
실상을 살펴보자면,
매 일 반복되는 매출, 영업 압박에 계약으로 만들기 위해 전화,카톡,박람회 등 24시간 플래너는 풀가동 되며 숨 쉴 틈이 없을 것이다. 신부에게 잘 어울리는 것을 골라주고 싶지만, [밀어주기]를 해야하기 때문에 억지로 다른 것을 추천해 줄 수도 있다. 인센티브가 없다면 터무니 없이 적은 임금으로 위와 같은 요소들을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
패기와 열정 넘치던 그 신입 플래너는 아마 그렇게 꿈을 접었을지도 모르겠다.
웨딩 시장은 변화가 필요하다.
유감스럽지만 지금 상황은 누군가는 반드시 불합리함을 겪어야하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 웨딩 시장이 반드시 변화할 것임을 믿는다. 진정 나를 위한 결혼준비를 잘 해낼 수 있는 시장으로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은 웨딩플래너가 필요하지 않다.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건 투명하고 정직하며 신뢰할 수 있는 웨딩 시장이다.
그리고 이 시장을 혁신하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언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