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왜 울어? 미안해서 그리고 고마워서

고마워 예쁘게 말해줘서

by 작은 불씨


아이와 학교 숙제를 봐주고 있었어요.

그런데 우리 딸은 한글을 아직 잘 몰라요.

글씨를 몰라도 생활에 지장이 없어 열심히 배우려는 필요성이 좀 부족한 것 같고

어려서 3개국어를 하다가 한국에 와서 말을 어려워해요.

그리고 문자보다는 모든 것을 이미지로 보다 보니 억지로 가르치려고 하지도 않고 있어요.


처음에는 바보인가 걱정도 하고 화도 내고 그랬지만 또 숫자는 굉장히 좋아하고 계산도 잘하는 걸 보니 그냥 옆에서 믿고 도와줘도 되겠다 생각이 돼서 이제는 급하지 않게 하는 중이에요.


그런데 이날은 ㅣ 와 ㅡ를 공부하는 데 숙제를 혼자 다해서 온 거예요. 그리고 다 맞았어요.


하지만 제 딸이 누굴 닮았을까요?


문제를 보니 ㅣ 와 ㅡ의 모양으로 칸이 있으니 눈치로 다 맞춰서 칭찬받으러 온 거였어요.

그래서 물어봤어요. ㅣ와 ㅡ를 읽어보라고.

이는 읽는데 ㅡ를 모르더라고요. 뭐 괜찮았어요. 그런 건

그런데 지금 제가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은 건 지금 하는 걸 다 맞추는 것보다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였어요.


그래서 다시 알려줬어요 "이건이고 이건 으야" 하고 그런데 집중을 하지 못하고 자꾸 다른 행동을 하면서 틀리는 거예요. 그래서 이야기했어요.


"안 해도 되니까 가서 그냥 놀아. 하기 싫은 면안 해도 돼."라고 말했는데 한쪽으로 가서 우는 거예요.


불러서 물어봤어요.


"지금 왜 우는 거야? 하기 싫은 건 안 해도 돼. 공부는 네가 원해서 필요해서 해야 하는 거야 그래서 하지 말라고 한 건데 왜 울어?"

"아빠가 화 안 내고 잘 알려줬는데 내가 자꾸 딴짓하고 못해서 너무 미안해서."

"아니야 미안하지 않아도 돼. 아빠는 네가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았으면 좋겠어."

"아빠 다시 한번 더 알려줘."


그래서 다시 한번같이 숙제를 재미있게 했어요.



그리고 제가 아이에게 가르치는 것은 딱히 공부는 알아서 하고 물어보면 알려주는 편이라 집에 왔을 때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하루가 시작되었을 때 해야 할 일을 마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겁니다.


그래서 보통은 딸아이가 집에 오면 자기가 할 일을 먼저 하려고 해요.

그리고 핸드폰은 그만 보라고 하면 바로 끄고 있어요.

아예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이패드를 줬고 보면 안 되는 것과 보지 말아야 할 때는 바로 끄는 것을 훈련 시켰더니 오히려 잘 한거 같아요.


그런데 하루는 그날 하고 싶었던 게 있었나 봐요.

그걸 하느라 해야 할 것들을 하나도 안 한 거예요. 그래서 불러서 물어봤어요.


"오늘은 왜 할 일을 하나도 안 했어?"

"오늘은 너무 보고 싶은 게 있어서 보다 보니 몰랐어."

"그럼 핸드폰 가져와 오늘 내일은 핸드폰 하지 마. 네가 해야 할 일은 하고 하고 싶은 걸 해야 해

오늘은 우리 딸이 잘못한 거야"


그렇게 핸드폰을 주더니 한쪽에 가서 우는 거예요.

그래서 다시 불렀어요.


"지금 왜 우는 거야?"

"아빠가 알려줬는데 내가 제대로 못해서 미안해."

"네가 안 한 건데 그건 울 일이 아닌 거 같은데?"

"아니 우는 건 아빠가 맨날 잘 알려주는 게 너무 고마워서 그래."


그냥 안아 줬어요.

나와는 다른 감성이지만 아이의 감성을 제가 생각하는 이성으로 채우고 싶지도 않았고요.

예쁘게 말해주는 아이가 고맙기도 했어요.


아이라고는 하나 키워보고 제가 육아에 통달한 사람도 아니지만 저는 이 아이가 충분히 이 시절의 감정을 느끼고 생각하고 부모와 대화하고 교감하며 천천히 지식을 배워나갔으면 합니다.


느리면 어때요. 살날은 아직도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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