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얼마든지 악당이 되어 줄게

아빠는 악당이야!

by 작은 불씨

우리 딸은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지만, 때로는 혼내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오곤 합니다.

혼을 내고 나면 항상 미안하고 속상하며, 아이가 상처라도 받지 않았을까 마음이 참 복잡해집니다.


일찍부터 딸에게 아이패드와 핸드폰을 줬습니다. 요즘 많은 글에서 도파민 과잉과 어린 시절 스마트폰 사용의 부작용을 경고하지만, 세상이 이미 이런 도구를 사용하지 않으면 살아가기 힘든 현실입니다. 그래서 일찍부터 익숙해지고 잘 사용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마케팅을 하거나 사업을 컨설팅하다 보면 가장 큰 문제는 플랫폼 사용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알고리즘이나 외부 도움을 바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으로 AI가 나오고 세상은 더 변할 텐데, 변화하는 세상에 빠르게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론이 길었지만, 지금까지는 밥을 먹거나 무엇을 하든 핸드폰을 하다가도 그만하라고 하면 바로 끄고 자기 할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자기 할 일을 다 하고 핸드폰으로 하고 싶은 걸 하다가 이제 끄려고 하는데, 제가 옆에서 잘 시간이 되었으니 핸드폰을 끄라고 했습니다.


"지금 끌라고 했잖아!" 하고 딸아이가 짜증을 냈습니다.

저는 바로 딸아이에게 "지금 엄마한테 왜 그렇게 말해? 엄마가 너 생각해서 말해준 거잖아?"라고 조금 강하게 말하고 핸드폰을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아무래도 사랑하는 딸이지만, 와이프에게 함부로 대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와이프는 아이가 자신에게 짜증을 내니 속상해서 샤워를 하러 갔고, 아이는 제가 잘 혼내지 않는데 혼을 내니 너무 속상해서 엄마에게 달려가 "아빠한테 혼나서 속상해"라며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혼자 남았는데, 이 상황이 너무 황당하고 이상하게도 웃음이 났습니다.


속상한 사람들끼리 서로 위로하며 깔깔대며 웃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이게 가족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부부가 서로 속상할 때면 아이가 와서 기분을 풀어주고, 엄마에게 혼나면 제가 위로하고, 제가 혼내면 엄마가 위로해주는 이런 관계가 참 좋다고 느낍니다.


지금은 제가 잠시 악당이 되어 둘이 하하 호호하지만, 만약 둘이만 있었다면 서로 냉전 상태가 되었겠지요?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넘침을 나눠주며 빈 공간을 채워주는 그런 사이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완벽한 아빠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함께 하는 것이 더 즐거운 게 아닌가 싶습니다.


너희가 나로 인해 금방 풀린다면, 얼마든지 악당이 되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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