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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영 Nov 30. 2023

[이민일기] 벌써 일 년

미국 이민 1주년 소회

미국에 온 지 벌써 일 년이 지났다.


겨울방학, 봄방학, 여름방학을 지나 첫 할로윈과 땡스기빙까지 보냈고, 미국에 오면서 입주했던 콘도를 거쳐 인생 첫 싱글하우스에 입성했다. 돌아보면 엄청 많은 일이 있었다 싶으면서도 쏜살같이 지나간 것만 같은 지난 일 년…


달라진 점은 뭐가 있을까? 여전한 것들도 있나? 의외인 점은?




살림 스킬이 늘었다


전업으로 살림을 해본 적이 없어서 처음엔 가장 힘들었던 부분인 만큼 눈에 띄게 성장(?)했다. 특별한 날에만 하던 요리도 매일 하다 보니 속도가 붙고, 먹성과 립서비스 좋은 식구들 덕분에 자신감도 뿜뿜이다. 아, 물론 여전히 레시피는 필수다!

아이가 둘이다 보니 빨래 양이 장난 아니다. 하루라도 안 하면 바구니가 넘칠 지경인데 평일 하루, 주말 하루만 빼고 주 5일 하고, 저녁 먹을 무렵 세탁기를 돌려서 육퇴하고 개는 것까지 루틴을 잡아서 처리(?)하고 있다.

청소 참 좋아하는 내가 차고 넘치는 집안일 속에서 제일 많이 내려놓은 게 청소가 아닐까? 건조기, 식세기와 함께 내가 사랑하는 3대 가전에 속하는 로봇청소기가 매일같이 일한다는 핑계로 청소는 더럽지 않을 정도만 유지하고 있다. 나도 살아야 하니까. 스킬이 늘었을 뿐 집안일하는 게 즐겁고 행복한 건 아니니까. 하하


육아 그릇이 커졌다 (+애들이 많이 컸다)


남편이 평일 저녁에는 한국 시간에 맞춰 일을 하기 때문에 평일 저녁 육아는 오롯이 내 몫이다. (가사는 원래 내 몫이었고) 아이들이 일찍 자주는 덕분에 3시간 정도에 불과하긴 하지만, 엄마들은 알지. 그 시간이 얼마나 짧고 굵은지, 그 안에 해야 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밥을 해서 먹이고 치우고, 같이 워크북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면서 시간을 보내고, 양치해서 책 읽고 재우는 이 모든 루틴을 혼자 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나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익숙해졌고, 모르긴 몰라도 이 시간에 엄마의 심기를 잘못 건드리면 난리 난다는 깨달음도 얻지 않았을까? 푸핫. 아무튼 나날이 여물어가는 아이들과 오손도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점점 재미있다.




여전한 것들도 있다.


청명한 날씨, 파란 하늘은 여전히 감탄을 자아낸다


지난겨울에는 역대급으로 비가 많이 와서 벌써 겨울이 다가오는 게 두렵긴 하지만, 엘에이의 날씨는 대체로 좋다. 좋아도 너무 좋다. ‘니들은 이게 얼마나 축복받은 건지 알기나 하냐?’ 뾰로통한 마음이 들 만큼. 동시에 이제라도 누릴 수 있음에, 내 아이들이 이런 환경에서 뛰어놀고 있음에 눈물 나게 감사할 따름이다.



스몰토크는 여전히 괴롭다


영어가 짧은 탓도 있지만(있다, 분명히 있다),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세상 쓰잘데없는 얘기를 많이 하는지. 원래부터 남들에게 궁금한 게 없는 편인 나로서는 괴롭기만 하다. 스몰토크를 즐기는 날이 오긴 할까?




“외국에 살면 외롭지 않아?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고”

원 가족은 늘 보고 싶고, 특히 엄마가 없어서 아쉬운 점은 한둘이 아니지만, 이제 나의 가족은 확실히 남편과 아이들인가 보다. 생각보다 외롭지 않다. 아니, 외로울 틈이 없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 수도 있겠다.

친구도 그렇다. 내 성향 문제긴 하지만, 한국 살 때도 일하면서 아이 키우다 보면 친한 친구도 분기에 한 번 정도 만났던 지라, 그다지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다. 어쩌다 보니 엘에이에서 다시 만나 찐한 우정을 만들어가고 있는 고등학교 동창들 덕도 있다.




아무튼 지금까지 엘에이 생활은 맑음이다.

앞으로도 이만큼만 건강하고 행복하길. 주다 패밀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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