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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영 Feb 29. 2024

2월의 단편 조각들

소소한 일상과 생각들

눈 깜짝할 새 2월이 다 지나가고 있다.

남편은 인사 평가 시즌이라 정신없이 바쁘고, 날씨가 오락가락하는 환절기다 보니 아이들부터 나, 남편까지 온 가족이 돌아가며 아팠다. 돌이켜보니 지난 해 2월도 그랬는데 짧지만 길게 느껴지는 힘겨웠던 달이라, 얼른 끝났으면 싶기도 하다.




아줌마가 된다는 것

며칠 전, 가수 성시경의 유튜브에 별과 하하 부부가 출연한 영상을 보게 됐다. 한동안 아이 셋 육아에 전념하던 별이 최근 발매한 싱글 앨범을 홍보하기 위해 나온 자리였다. 유쾌하지 않을 리 없는 재미있는 컨텐츠였는데 다 보고 나니 왠지 쓸쓸, 혹은 씁쓸하기도 하고 여러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때때로 활동을 하고 있다지만, 세 아이의 엄마로서의 삶이 큰 비중을 차지하다 보니 남이 해준 밥을 먹으면서 수다를 떤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신난 게 보이는 별의 모습은 귀엽고 짠했다. 이미 여기서부터 나는 그녀에게 나 자신을 투영하면서 조금 슬펐던 것 같지만, 나를 더 슬프게 한 건 성시경의 반응이었다.

들어오자마자 코트도 벗기 전에 봇물이 터진 그녀의 수다에 당황한 모습을 시작으로 의도치 않게 자꾸 남편과 아이들, 결혼 같은 소재를 건드리는 별의 대화에 (적어도 내가 볼 땐)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사적인 자리가 아닌 카메라가 돌고 있는 촬영장이고, 그런 얘기를 하자고 부른 게 아니니 불편할 수 있다. 불편해 하는 게 이상하거나 잘못됐다는 건 아니다.

그저 나는 그녀의 기분이 몹시 좋고 다소 흥분된 상태도,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도 자꾸 남편이나 아이 얘기가 튀어나오는 대화의 흐름도 너무너무 이해가 됐거든. 나는 알겠는데 그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뭐랄까, 문득 ‘나는 진짜 아줌마구나. 싱글들과는 서로 이해하거나 이해 받기 어려운 완연히 다른 존재구나’ 싶어졌달까? 아줌마 된 게 하루이틀도 아닌데 이게 왜 새삼 슬플 일인지 모르겠다.



말 잘 듣는 아이 vs. 혼나는 아이

선생님들로부터 늘 ‘사려가 깊다, 다정하고 친절하다, 학업도 뛰어나다’ 등 칭찬 일색인 주원이가 얼마 전에 선생님께 혼났단다.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놀던 중 조금 과격한 장난을 쳐서 다른 친구들 몇 명과 함께 꾸지람을 들은 모양이다. 혼자 그런 것도 아니고 오히려 다른 친구들에 비해 덜 혼났는데도 꽤 충격이었는지 자기 전에 ‘선생님이 나쁘다’며 슬퍼하는 게 귀여웠다.

‘다른 건 몰라도 친구들을 아프게 하는 놀이는 절대 하면 안 된다고, 원래 아이들은 엄마랑 선생님한테 혼나기도 하면서 크는 거라고, 앞으로 같은 잘못을 더 안 하면 되는 거라고’ 이야기해줬다.

예전 같으면 덩달아 속상하기만 했을텐데 이번에는 어쩐지 안심이 되기도 했다. 사실 최근에 우리 아이들이 다른 친구들에 비해 너무 선생님(혹은 코치)의 direction을 잘 따르는 게 내가 지나치게 통제를 하면서 키웠나 걱정 아닌 걱정을 하고 있던 차였다. 역시 우리 아이는 정상이었다. 때로 선생님 말씀을 안 들어서 혼나기도 하는.



3월은 더 따뜻하고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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