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는 어른되기
‘포용력이 다소 부족함’
초등학교 몇 학년 때이던가 받았던 통지표에 쓰여있던 문구다.
어린 시절, 선생님 말 잘 듣고 공부도 잘하는 모범생으로 늘 칭찬일색인 통지표만 받던 나로서는 이런 부정적인 표현이 적잖이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도 그렇지, 그래봐야 아이인데 눈에 띄는 트러블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뭘 포용력까지 들먹이셨을까 야속한 마음도 들었다.
성장하면서 때때로 ‘포용력이 다소 부족한’ 나 자신을 발견하고 반성하며 선생님의 혜안(?)을 인정하기도 했다. 학창 시절에는 낯 가리고 곁을 안 주는 성격과 빠르고 똑 부러지는 말투가 더해져 ‘차가워 보인다’ ‘무섭다’ ‘다가가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었다.
그래도 대학을 가고 술을 마시면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달라졌다고 생각했다. 만나는 사람들의 스펙트럼이 훨씬 더 다양해지고,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을 받아들이면서 포기하고 인정했다고, 스스로 나이가 들면서 관대해졌다 여겼다. 실제로 ‘부드러워졌다’ ‘착해졌다’는 세간의 평도 있었다.
문득 그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내가 다른 사람을 바꿀 수 있는 게 아니고, 대체로 내 인생에 영향을 안 주는 타인의 삶이니 표현을 하지 않고 관심을 끄려고 애쓴 것뿐이었다. 나는 여전히 타인에 대해 이해도 인정도 못하는 부분이 많은, ‘포용력이 부족한’ 인간이다.
나이가 들면서 관대해지기는커녕, 안 그래도 높고 까다로운 나만의 기준은 더 공고해지고 경험치까지 더해져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일(과 사람) 투성이다. ‘사람은 다 다르니까, 나름의 생각과 사정이 있겠지’ ‘너도 맞고, 네 말도 옳구나’ 황희 정승 같은 어른이 되는 건 아무래도 이번 생에는 어려울 것 같다.
다만, 명확한 우선순위와 기준을 가지고 치열하게 고민해서 좋은 결정을 하는 사람 정도는 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