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학부모 노릇하기 #2
(아이들의) 새 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이번에는 특히 두 아이 모두 학교를 옮긴 거라 온 가족이 조금 긴장했는데(아니, 사실 내가 제일 긴장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대체로 순조롭다.
다만, 학기가 시작된 이후 하도 이런저런 행사에 쫓아다니다 보니 이게 애들 학교인지, 엄마인 내 학교인지, 학교에 다니는 게 아이들인지, 나인지 싶긴 하다.
9월에는 <Back to School Night>과 <새로운 학부모들을 위한 환영회 New Parent Reception>가 있었다. 미국 학교들의 대표적인 행사인 <Back to School Night>에서는 학교 전체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자녀의 교실을 구경하고 담임 선생님을 통해 하루 일과, 수업 운영 방식 등을 소개받게 된다. 공교롭게도 학부모만 참석해야 하는 저녁 행사들이라, 미국에 온 지 어언 2년 만에 처음으로 파트타임 베이비시터를 부르기도 했다.
동시에 <연간 volunteer 캘린더>가 배포됐는데 향후 1년간 있을 행사에 필요한 volunteer를 미리 자원받는 거다. 할로윈과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 땡스기빙 런치 준비, 특정 인종이나 종교 관련 기념일에 대한 프레젠테이션, 미스터리 리더(Mystery reader) 등 그 종류도 다양한지 모른다. 학년마다 별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나는 두 개의 캘린더를 받았고, 여태 뭘 얼마나 해야 하나 째려보는 중이다.
미국 학교는 공립이든 사립이든 PTA(Parent-Teacher Association) 혹은 PA(Parent Association)의 활동이 활발하고 그 역할이 큰 편이다. 아이들 학교도 마찬가지인데 내가 가입한 <Families for Belonging>은 커뮤니티에 속한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두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하는 위원회(committee)다. 솔직히 PA가 정확히 뭔지 개념도 그 역할도 모르면서 가입했는데 회의에 참석해 보고 느낀 건 미국의 학교에 대한 정의가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는 거다.
한국에서 학교는 기본적으로 학문을 배우는 곳이다. 물론 선생님들에게 태도나 예절을 배우기도 하고, 친구들과의 관계를 통해 사회성을 키우기도 하지만 그 이상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허나 미국은 학교, 선생님과 교직원들, 학생과 학부모를 아울러 커뮤니티로 정의하고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확장된 역할을 부여한다. 내가 속한 <Families for Belonging>만 해도 그렇다. 커뮤니티 안에서 아무도 소외되지 않고 모두가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크고 작은 행사를 벌이고 모임을 만드는데 이를 학부모들이 주도한다. 학부모가 단순히 이 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가 아닌 커뮤니티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엄마의 학교생활은 주말에도 계속된다. 거의 매 주말 있는 생일파티와 플레이데이트를 쫓아다니다 보니 어느덧 시월이다. 처음 보는 엄마아빠들과 2-3시간씩 대화를 나누고 나면 녹초가 되곤 하는데 재밌는 건 대화의 내용이다. 한국에서 아이 친구 엄마(아빠 얼굴은 보기가 어렵다)와 나누는 대화의 99.9프로는 아이에 대한 거다. 많이 만나고 친해지기 전에 서로에 대한 개인적인 질문을 하는 건 실례로 여겨지는 반면, 미국 사람들은 초면에도 “너희 부부는 어떻게 만났니?” “너는 무슨 일 해?” 같은 질문을 서슴없이 한다. 한두 번 만나고 페이스북 친구 신청을 하는 일도 다반사다.
덕분에 요즘 나는 새로운 학교에 전학 온 학생이 된 기분이다. 짜릿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