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솔이는 느린 아이였다. 3세 때, 어린이집에 입학하며 알게 되었다. 우리 아이는 말이 느리고, 소근육이 느리고, 집중력도 낮았다. 다행히 대근육은 정상 발달이었지만, 영유아 검진때마다 아무리 후하게 점수를 줘도 평균 이하인 아이였다.
당시에는 크면서 좋아질 거라고 믿었다. 아직 어리니까 색깔, 숫자 등을 모르는 것이 당연하고, 말이 터지지 않았으니 인지도 올라오지 않는 것이라고. 그저 믿고 기다리면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솔이가 여섯 살이 되던 해 1월, 근처 대학병원 재활의학과를 찾아 웩슬러 검사를 받았다. 사실은, 병원을 찾기 전에 집근처 발달 센터를 먼저 찾고 싶었는데 남편이 완강하게 반대했다. 이왕 치료 받기로 마음 먹은 거, 진단은 정확하게 병원에서 받고 시작하자고.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지만, 돌이켜보면 그 매는 너무너무 아팠었다.
두 세 단어 붙여 말하기 수준이던 나의 아이. 그리고 지시수행도 잘 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나와 분리가 되지 않아서 두 시간이 넘는 검사 시간 동안 내 무릎에 앉아서 검사를 했다. 지시 수행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당연히 검사 결과는 처참했다. 나는 이 기간에 멘탈이 완전히 무너졌고(이 내용은 후에 따로 적어보겠다) 그 무너진 멘탈로도 가만히 누워있을 수는 없었다. 하루라도 빨리 근처 발달 센터 수업을 잡고 싶었고, 사방팔방 전화로 알아 보고 상담 받고, 치료 첫 달, 4개의 수업을 세팅해놓고 시작했다.
그렇게 6살 2월 부터 치료가 시작된 솔이. 언어, 인지, 감통, 특체, 미술 등 솔이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주저 없이 센터를 등록했고, 7살이 된 지금은 언어 2, 인지 2, 감통 1, 미술 1 수업을 유지하고 있다.
요즘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언어 발달이 더딘 어린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센터에 가면 정말 어린 친구들이 많다. 그 친구들을 볼 때마다 어릴 때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니, 아이의 상황을 직시하는 엄마의 용기와 빠른 대처가 부러울 뿐이다.
하지만 한 가지, 내가 솔이 센터를 쫓아다니며 배운 것은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 나는 사실 병원에 가기 전, 센터를 먼저 다닌 후에 아이의 언어 발달이 조금이라도 올라온 상태에서 진단을 받고 싶었다. 그치만 1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은, 진단을 먼저 받은 그 때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아이의 상태를 확실하게 객관화해서 확인했기 때문에 센터 선생님의 판단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대부분의 센터 선생님들은 진단은 병원의 영역인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진단 관련 말씀은 하지 않는 편인데, 가끔 선을 넘는 선생님들이 있다. 나는 귀가 얇고 갈대 같은 엄마라 만약 진단과 검사 결과지가 없었다면 그 선생님들 프레임에 솔이를 맞춰서 판단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지금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엄마들을 만나면, 차라리 큰 병원에서 검사를 해보고 진단을 먼저 받을 것을 권한다. 아이의 상태를 정확히 알고 엄마가 흔들리지 않아야만 아이에게 맞는 치료를 해 줄 수 있을테니까.
그렇게 우리 솔이의 센터 치료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