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업고 내려올게

남편의 말

by 소곤소곤

주말 아침이다. 여전히 날씨는 덥고 습하다. 에어컨은 밤새 켜져 있다.

어떻게 주말을 보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어딜 가자니 집 밖을 나가는 순간 시원한 집이 그리울 것 같고, 그렇다고 하루 종일 에어컨 켜진 집에서 아이와 셋이 뒹굴뒹굴하고 싶진 않다. 그때 남편이 말한다.

"여보, 우리 등산 갈까?"

"미쳤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렇게 더운데 무슨 산이야?"

"아니, 여보. 산은 이렇게 안 더워. 땀 한가득 흘리고 샤워하고 낮잠 자고 일어나서 맥주 먹자."


맥주라는 말에 흔들린다.

'그렇지, 휴일 낮맥이 또 맛있긴 하겠지.'

마음은 이미 설득됐지만, 잠시 고민하는 척을 해본다.

"오빠, 근데 힘들면 나 바로 내려올 거야. 정상까지 안 갈 거야."


...

미쳤지. 이런 날 산에 오다니. 맥주 한 잔 맛있게 먹겠다고 브래지어까지 땀으로 적시면서 내가 지금 산을 오르고 있다. 안 쓰던 근육을 쓰니 다리가 당겨오고, 후들후들 떨린다. 습하고, 덥고, 짜증이 차오른다. 내가 가겠다고 동의했으면서도 이런 제안을 한 남편이 미워진다. 나는 감정을 숨길 수 없는 사람이고, 짜증은 더더욱 참을 수 없는 미성숙한 인간이기에 남편에게 한 마디 쏟아낸다.


"너무 더워. 내가 여길 왜 와야 해? 오빠 이러다가 나 다치면 어쩔 거야? 나 다치면 119 부르고 헬기 불러야 해. 그럼 오빠만 더 힘들어지는 거 몰라? 진짜 여길 왜 오자고 그래?"


숨도 쉬지 않고 다다다 마음속에 있는 말, 없는 말을 다 꺼내서 쏟아낸다. 가만히 듣고 있던 남편이 딱 한 마디 한다.


"여보, 다리 다치면 내가 업고 내려갈 거야. 뭐가 걱정이야?'


'응?' 잠시 멈칫, (아니 어쩌면 심쿵)하다가 지지 않고 말한다.

"말이 되니? 오빠가 날 어떻게 업고 내려 가? 그럼 그동안 솔이는 누가 챙기니?"


"한 손으로는 여보 업고, 다른 손으로 솔이 손 잡고 내려올 거야."


그 말에 내 불평불만은 쏙 들어가 버렸다. 다치지 않고 무사히 산에서 내려왔다.


"당신을 업고 내려올 거야."

그리고 지금 현재, 나는 남편의 저 한 마디에 기대어, 4개월이 넘도록 등산을 하고 있다. 그렇게 나의 취미에 "등산"이 추가됐다. (적어도 2023년만큼은)

- 2023년에 쓴 글. 2024년에도 난 한라산, 소백산 등 몇몇의 산에 자주 올랐고, 2025년이 된 지금도 어서 봄이 오길, 산에 갈 수 있길 기다리고 있다. 적어도 취미란에 등산이라고 적을 정도는 되어 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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