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땅에도 피는 꽃이 다 있더라>
흙먼지로 뒤덮인 터에 햇볕이 물꼬를 냈다. 앙상했어도 잊힌 틈 사이로 미세한 향이 피어올랐다. 모두가 폐허라 무시했고, 아무것도 자라지 못하리라 단언했지만, 움트는 본연의 기척은 그 어떤 의심도 살며시 허물었다. 습기로 드리운 기저, 기류에 감도는 줄기도 한 점의 색을 품는다. 그것은 누구의 허락도 필요 없는 자아의 본능.
아무리 비루한 역경이라도 아름다움은 잠연히 이른다. 때로는 손꼽아 지우고 싶던 모서리에 선명한 무늬가 남겨지기도 한다. 진창이라며 기피하던 곳에도 누군가는 다정함을 심고 간다. 그 자취는 쉽게 희미해지지 않고, 고비를 추동하는 양분으로 축적된다.
아무도 보지 않는 묵음 안에서.
묵묵히.
사진 출처_kelly sikke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