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버려둬

by 호용

<내버려둬>


모든 상황이 이전보다 나아지길 원한다.

그때의 음영마저 어딘가에 간직한 채.


영원할 것만 같던

벼락처럼 쏟아진 슬픔

머리끝까지 차오른 화

삼키다 흘러넘친 그리움조차

시간이 흐르면 옅어진다. 결국은.


안 괜찮고,

앞이 어둡게 가라앉아도,

존재의 거룩함은

단 한 번도

지워지지 않았다.


가끔은 회로를 비우고,

어떤 꿈을 꿀 수 있을지

눈을 감고 그리자.


시간이 시켜서가 아닌,

원하던 날을 부르는 시작으로,

온전히 나를 위한 이야기로,

조금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사진 출처_kelly sikke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