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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 Apr 13. 2019

10세 아동이 노동할 수 있는 나라, 볼리비아

걷다.

볼리비아, 라파즈를 걷다.     


 사람을 가득 실은 버스가 라파즈로 향하고 있다. 버스가 휴게소에 멈춰 선다. 사람들은 화장실에 가는지, 목을 축일 물을 사러 가는지 버스 계단을 내려간다. 초등학생처럼 보이는 여자아이, 남자아이가 목에 줄을 매달은 나무상자를 들고 버스에 올라탄다. 물건을 파는 아이들이다. 손바닥만 한 휴대용 휴지를 나에게 내밀며 말한다. “Please."  피곤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창밖을 내다본다. 다른 사람에게도 휴지를 내밀더니, 결국 빈손으로 버스에서 하차한다. 볼리비아에서는 길거리에서든, 호스텔 로비에서든 아이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버스는 다시 출발하고 라파즈 시내에 들어선다. 적벽돌색 집들이 사방으로 산꼭대기까지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라파즈는 세계에서 가장 높으며, 안데스 산맥 사이 분지형태의 지리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산소가 희박한 도시로, 조금이라도 경사진 길을 걷기만 해도 숨이 턱 까지 찬다. 때문에 약국이나 관광버스에는 산소통이 구비되어 있다.

해발고도 3600m의 도시 라파즈의 명물, Teleferico 케이블카

 특이한 지형 덕분에 고산지대와 시내를 이어주는 텔레페코(Teleferico)라는 케이블 카가 있다. 주황, 초록색 등 7가지 색상의 케이블카는 시민들 뿐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산꼭대기에서 산꼭대기까지 이어지는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오르면, 라파즈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설산 사이로 펼쳐지는 빼곡한 집들은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라파즈만의 진풍경이다. 더불어 고작 몇 블록 차이로 눈에 훤히 보이는 그들의 빈부격차를 실감하게 된다. 가난한 사람은 하늘과 가까운 곳에 살고, 부자들은 땅에 더 가까운 곳에 거주한다. 가난한 사람은 높은 곳에서 부족한 숨을 나눠 쉰다. 당장 오늘 먹을 식량을 어렵게 구하고, 부자들은 그런 가난한 사람의 서비스와 노동력을 값싸게 구한다.


 빈부격차는 세계 어디에나 있는 인류 공통의 문제이지만, 슬프게도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사회일수록 그 격차는 더 심각하다. 볼리비아는 파라과이, 에콰도르와 더불어 남미에서 가장 빈곤한 나라, 아동·청소년 노조가 있고, 10세가 되면 아동이 합법적으로 노동할 수 있는 나라다. 아동은 구두를 닦고, 광산이나 농장에서 일을 하고, 관광객을 상대로 구걸을 하고, 어깨를 굽히고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물건을 판매한다. 아동이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 나라 비곤의 단면이 명확하게 보인다. 볼리비아뿐만 아니라 세계 수많은 아동들은 가계 부양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고된 노동을 하고 있다.


 해외여행, 문화체험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가난한 삶을 두리번거리며 구경한다. 그들의 가난이 관광화가 된 기분이 들 때면 아릿해진다. 가난을 위해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있을까 생각하면 무기력해진다. 그럴 때마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책의 마지막 페이지, 마지막 문단이 생각난다.

장 지글러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세계 기아 실태를 적어낸 책.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낄 줄 아는 유일한 생명체인 인간의 의식 변화에 희망이 있다.


타인의 가난을 나와 분리시키지 않는 것. 그들과 나의 행복을 계량해보지 않는 것. 고통에 무심해지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 이것이 작은 불씨이자, 출발점이라는 것을 잊지 않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듣다.

이병우의 우리(Guitar Solo)를 듣다.


*자주 읽고, 가끔 씁니다.

@hoyoung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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