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카타역에서 출발해 벳푸를 거쳐 유후인까지 이어지는 버스 투어를 신청했다. 여행 후반부 이틀은 아이와 함께하는 일정치고는 조금 욕심을 부린 선택이었다. 유후인에서의 료칸을 오래전부터 기대해 왔기 때문이다. 료칸에는 서로에게 건네는 '수고했다'는 위로, 그리고 '힘내자'는 격려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장시간 버스를 타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지만 중간중간 내려 둘러보는 일정이라면 무리가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
아침 8시 집결 시간에 맞춰 짐을 챙겨 나오려니 예상보다 훨씬 분주했다. 세 사람 모두 잠이 덜 깬 얼굴로 서둘렀고, 간신히 시간에 맞춰 버스에 올랐다. 가이드는 유아차와 캐리어를 따로 보관해 주었고 우리는 아이와 함께 맨 뒤쪽 바로 앞줄에 자리를 잡았다. 마이크 소리가 덜 들리고 움직임이 적은 자리라 다소 마음이 놓였다.
첫 번째 목적지는 다자이후 텐만구였다. 신사로 향하는 길 위로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길가에서 급히 양산을 하나 샀다. 붉은색 다리와 화려한 사원이 이루는 경관이 인상적이었지만 아이는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경내에 놓인 소 동상 앞에서 손짓을 했다. 머리를 만지면 지혜로워지고 몸을 만지면 건강해진다는 설화를 들려주었으나 아이는 그저 그림책에서 보던 소가 반가운 모양이었다.
다음으로 들른 쿠스 휴게소에서 야마나미 목장 요거트를 샀다. 이미 여러 버스가 다녀간 뒤인지 매대가 텅 비어 겨우 두 개를 집어 들었다. 걸쭉하지 않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질감이었다. 목장에서 우유를 자연 발효시켜 만들었다는 설명처럼 속에 부담이 덜할 듯했다. 아이와 한 모금씩 나누어 먹었다.
세 번째 목적지는 벳푸 가마도 지옥. 김이 폴폴 올라오는 온천수가 신비로운 푸른색을 띠고 있었고, 아이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피어오르는 증기를 따라 올라갔다. 이른 아침부터 이동한 탓인지 아이는 조금 지쳐 보였지만 가이드가 건네준 달걀을 오물거리며 표정이 밝아졌다. 우리는 함께 받은 라무네를 마시며 잠시 숨을 골랐다. 병을 여는 순간 ‘펑’ 하고 울린 소리에 아이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마침내 버스는 유후인에 다다랐다. 본래 일정은 유노츠보 거리를 둘러본 후 다시 하카타로 돌아가는 것이었지만 우리는 이곳에서 내리기로 했다. 버스에 짐을 맡겨두고 거리에서 식사를 하려 했으나 식당마다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어느 식당 앞에서는 버스 뒷줄에 동석했던 사람들이 아이를 알아보고 미소를 지었다. “어? 버스에서 본 아기다!” 잠시 기다려볼까 했지만 아이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대기를 포기했다. 결국 택시를 불러 곧장 료칸으로 향했다.
료칸 여명으로 들어가는 길은 놀라울 만큼 고요했다. 마치 숲 속으로 천천히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료칸에 비치된 것 중 가장 작은 유카타를 꺼내어 아이에게 입혔다. 그래도 품이며 소매가 넉넉해 매무새를 여러 번 고쳐주어야 했다. 나무 향이 은은하게 감도는 복도를 지나 가이세키를 맛보러 계단을 올랐다. 식당과 연결된 문 너머에 펼쳐지는 산세가 감탄을 자아냈다. 낮 동안 지친 아이가 안쓰러워 괜히 여기까지 왔나 싶었는데, 살짝 위안이 되었다.
이곳에는 대욕장과 가족탕이 있었지만 편히 이용하기 어려울 것 같아 개인탕이 딸린 객실을 예약했다. 우리만 사용할 수 있는 소박한 야외 온천이었다. 아이가 잠든 후 남편과 번갈아 따뜻한 물에 몸을 담갔다. 밤하늘 아래에서 물의 온기를 느끼는 시간은 기대보다 깊은 휴식이었다. 가끔 물 위나 돌 사이로 곤충이 날아들 만큼 자연과 가까이 있었다.
번잡했던 도시를 벗어나 고즈넉한 마을에 안착했다.
이동의 반복이었던 하루가 가라앉고
첫 여행의 마지막 밤도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었다.
'다시, 여행' 시리즈 중 후쿠오카 4편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아이와 함께한 유후인의 닷새를 담아봅니다.
— 호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