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아이

좀 못된 아이

by 룐공

이러면 안되는데 토요일 아침 노트북을 켜자마자 회사 아웃룩 이메일을 들여다 보게 된다.

새로 온 회사 뉴스 소식들이 신문보다 재미있고 흥미롭다.

전 날 보내놓은 이메일에 대한 보스의 회신에 담긴 "Please have a nice weekend everyone!" 에서 쓸데었이 정이 느껴진다.

이러면 안 되는데 회사 일이 재미있어 지려고 한다. 스르륵 정이 깃들려 한다.

정을 떼자. 정이 들수록 집착이 생길 수 있고 집착이 들수록 이 회사에서 내가 중요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 때가 오면, 회사가 너무 거지 같아서 그만 두고 싶은 상황이 생길때.. 많이 괴로울 수 있다.

나는 얼마든지 여차하면 회사를 그만 둘 수 있고, 아이의 학업을 위해 해외로 떠날 수도 있다.

그렇게 내 일을, 내 직업은 단순히 현재 필요로 해서 있는 것일뿐, 그 이상의 의미를 두지 말자.

내가 성장할 수도, 사랑할 수도 있는 이 회사에 대한 애정을 의식적으로 거두려고 하는 이유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그 핵심에 0이사와 0부장 - 그녀들이 있다는 사실을 나는 외면하고 싶지만, 알고 있다.

앞에서는 친절한 척, 뒤에서는 사람 뒤통수를 때리는 나쁜 사람들. 그녀들과 일하는 지금이, 앞으로도 함께 할 미래가 나는 싫다.

아름다운 사람과 행복하게 일하고 싶은데 철딱서니 없는 소리일까.

그들 역시 누군가의 자식이고, 부모일텐데. 분명 그 역할에서는 좋은 사람들이려고 노력할텐데. 왜 회사에서는 나쁜 사람으로 변신하는 걸까.

하루하루를 나는 그들이 내가 무엇인가에 골똘히 집중할때 떨어지는 낙엽같은거라고 생각하며 지내고 있다.

분명히 순간 신경은 쓰이지만 한번 쓸어버리면 되고 마는. 그 이후로 계속 내 기억에 남아 있지는 않을 순간의 방해물 정도로.

그런데 그 낙엽들이 내 의식속에 사실은 무겁게 자리하고 앉아 있구나 라고 느끼는 순간 생각한다.

오늘도 쓸어버리자. 깨끗히.

퇴근길 지하철, 내 옆에 줄 선 여자의 통화소리가 들린다.

"내가 그 사람때문에 그만두면 나만 손해 보는거잖아. 그래서 난 어떻게든 버틸꺼야."

'헉. 나만 힘든게 아니었어. 어디나 있는 일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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