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에 충실하는 방법

아이의 행복

by 룐공

"엄마, 나 미국 안 가면 안돼?"

고요한 어둠속에서 잠들기를 기다리는데, 딸 아이의 나지막한 이 소리에 가슴이 철렁한다.

"왜?"

"나는 미국 애들 싫어해. 인종차별 하면 어떻해? 나는 유리멘탈이기도 하고. 적응하기 너무 힘들거 같아. 한국에서 11시까지 공부하라면 할께."

"..............."


이제 5학년이 된 우리 딸 아이.

미국 안 가면 한국에선 11시까지 학원 가서 공부해야 한다는 말에 하는 소리다.


우리 딸.. 친구도 좋아하고 배려심도 많고 좋아하기 시작하면 아낌없이 퍼주는 스타일.

착하기는 얼마나 착한지. 그래서 마음이 너무 여리다. 서운함도 잘 타고, 상처도 잘 받고.

조금씩 단단해져 가고 있긴 하지만 그 단단함은 상처가 낫고 아물어서 생기는 것들이다.

좋다고 해야 하는건지 나쁘다고 해야 하는건지 모르겠다.


남편이랑 결혼했을때부터 우리는 아이 낳으면 교육은 선진국에서 시키자 했었다.

주입식, 획일화 한국 교육에서 끊임없이 남들과 비교하며 경쟁하며 자란 우리처럼은 키우지 말자고.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막연히 다짐만 했던 일들이 막상 코 앞에 닥치니 나도 매일 아침 눈 뜨자마자 심난할 때가 하루 이틀이 아니긴 하다.


과연 아이 교육 하나 때문에 우리 부부가 서로 떨어져 지내고, 생활이 완전히 바뀌는 이 도전을 해야 하는지.

자식을 낳았으면 이제 우리 인생 후반부는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잘 서포트 해 줘야 하는 것에 전념해야 하니, 그 방법이 이 길이라 정했으면 뒤돌아보지 말고 전진해야 하는건지.

우리 나라에서도 잘 키우는 방법이 있겠지만, 사실 나는 이미 학구열 뜨거운 이 동네 엄마들 사이에서 치이고 있었다. 아이 핑계로 내가 도피하는건지도 모르겠다.

수학 진도가 어떻고, 선행 현행이 어떻고, 한국사는 어떻고, 논술은 어쩌고 저쩌고.

회사에서는 꽤 자부심 있게 일하는 나인데.. 그 사이에 앉아 있으면 바보가 되는 느낌이었다.


공부는 아이가 하는거지...

나는 맛있는 밥 먹이고, 깨끗한 옷 입히고 공부하겠다고 학원 가고 싶다면 학원 보내주고, 배우고 싶단게 있으면 배우게 해 주고 여행 가고 싶음 여행 가고.. 그러기 위해서 열심히 돈 버는 거고.

속상한 일 있으면 얘기 들어주고, 저녁 먹고 같이 밤 산책하면서 웃고 떠들고, 아이가 꿈 꾸는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응원해주고.

난 그것만 하고 싶었다. 우리 아이가 공부를 잘 하던 못하던 행복한 아이로 자라고 행복한 삶을 사는게 내가 바라는 거니까.


그런 아이에게 노란색 버스 태워서 11시까지 학원 안 보내고, 좀 더 자유롭고 다양성을 존중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공부해 보게 하고 싶어서 떠나기로 한거였다.


그런데 아이가 가기 싫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하는걸까?

이미 돈 다 내고 진행이 되고 있는데 ㅠ.ㅠ

대사관 인터뷰 잘 봐야 한단 생각에 엄청 부담스럽긴 했었는데.

떨어져도 될 일이 있으니 갑자기 마음이 편안해지는건 뭐지.

어쨋든 비자나 나오면 다시 얘기해 보자꾸나 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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