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의 달
박 호
오래된 낯선 광장
갈닦인 길목마다 가득 메우며
오가는 뜨내기 인파들
이방인의 눈에도 찬란한 천년 古都
더욱 아름답게 푸르무레한 빛으로
안내하는 보헤미안의 초승달
흘러온 세월의 분량만큼
무거운 건축물들
고딕과 르네상스, 바로크의 경연
앞으로 다가올 새천년을 가늠할
천문시계는 쉬지 않고
나그네 발길을 재촉한다
카프카의 고뇌와 불안한 실존적 변신
폐병을 앓으며 넘나들던 카를교
드보르작이 간절히 꿈꾸던 신세계
사랑과 희망이 넘실대는 블타바 강 건너
행진하는 한 무리 젊은 보헤미안 후예들
자유의 노래를 우렁차게 부르며
자랑스럽게 언덕 위 프라하 성으로 향하고
남에게 짓밟힌 오욕의 역사와
바츨라프 광장의 슬픈 비극도
역사의 뒤안길에 묻어두고
오늘도
볼타바 강은 유유히 흐르고
보헤미안의 달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카를교 – 프라하 구시가지와 프라하 성을 잇는 오래된 볼타바 강 교각
*바츨라프 광장 – 프라하의 봄 당시 점령군과 민중 시위대가 충돌한 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