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알게 될 거야
박 호
바람 부는 날엔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으리라
생각했었지 나무는
밀림 속에서도 외톨이가 있듯이
눈감으면 외롭지 않을까
잠자는 나뭇잎을 흔들어 깨우며
짓궂은 바람이 불어와
나뭇잎 누운 길 따라 떠나가듯
그렇게 살다가는 나무도 바람처럼
깡마른 삭정이 나뭇가지 사이로
메마른 삶의 휘파람 소리가
볕드는 모세관을 타고 요동치던
그때도, 그렇게 생각했었지
세월이 흘러 삭풍이 불어오던 날
무심한 기러기 한 마리 앉았다 떠난
황혼 녘 강가 주상절리
황량한 바위 끝에 얼음꽃 피고
마지막 잎새 하나 떨어져 나가던 그때는
수명 다한 유성이
빛바랜 달의 뒤편 우주 속으로
홀로 사라지듯 그렇게
나무도 스스로를 알게 될 거야,
그때는
월간 <순수문학> 2022 . 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