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
박호
숲속 오솔길 따라
묵언수행 떠난 골바람은
먼 산마루에 바람꽃을 피우고
앙상한 나목의 나뭇가지 사이에
덩그러니 매달린
마지막 잎새 하나
하직을 고하는 만장처럼
펄럭이는 것은
바람이 머물다 떠나간 자리에
아직도 못다 버린 믿음 때문이지
저물어 가는 계절을
흔들어 깨우는 적멸 경고등
황혼 녘 그 비밀스러운 몸짓은
훗날
눈감으면 보이는 기적과도 같은
한송이 작은 꽃으로 환생하는 일
생애 단 한 번
화려하게 피었다 지는 꽃으로.
2022. 09 < 아리수 강가에서 >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