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에 쥐어 있다, 선사의 돌도끼가
마침맞게 진화하여 매무새도 날렵해진,
덩치 큰 상대를 눕혀
제멋대로 부린다
필살의 날을 갈아 예까지 내달렸다
혈흔도 통증도 없는 무소불위 손길로
재바른 옹근 손끝이
시공간을 넘나든다
이 핑계 저 핑계로 늘 뒷전에 나앉혀도
살갑게 살 비비며 돌부처 조종하는
몇몇 겹 숨결이 모인
가족이란 리모컨
원시인들은 사냥을 위해 돌도끼를 꼭 지니고 다녔으리라.
생명을 위협하는 맹수들을 제압하는 도구이며 또한 가족의 생계를 위한 사냥의 도구로 쓰였을 것이다.
이런 도구들이 현대 사회에 이르러서는 소지의 필요가 없어졌고 밖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퇴근 후나 휴일에 가정에 와 휴식으로 푸는데 그 주요 수단이 된 것이 티비가 아닐까 한다.
이때 물론 안 그런 가정도 있겠지만 취향의 다향성으로 집집마다 채널 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채널 전쟁... 이 현상으로 돌도끼 리모콘이 변화하여 리모콘이 되었다는 착상이 떠오른 것이다. 착상은 나만의 시로 승화하는 기본요소이다.
그러나 이 무소불위의 리모콘도 환대만을 받지 못한다. 리모컨을 독점하고 보고 싶은 채널을 확보하고는 툭 팽개겨쳐지는 것이다. 또 생존경쟁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가족을 위해 살아가기는 하지만 직장에서 일에 치이거나 어떠한 사유로도 일이 우선인 사회가 무르익어 가족이 등한시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 시는 국제신문, 천강문학상 최종심에서 낙방, 빛을 못보고 제1시집인 스팸메일에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