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어
벼린 밤을
다시 한번 뒤집어서
금은화 비린 울음
한 줌 깊이
베어내고
굽은 생
펴지 못한 채
조선낫이 된
아버지
박화남, 「초승달」- 전문
박화남 시인은 중앙일보 연말장원으로 2015년에 등단했다. 이 시는 2014년 7월 중앙시조백일장 장원작이다.
초승달의 이미지를 잘 살려서 자기만의 시어로 풀어냈다 초장은 달의 변화를 주도면밀하게 관찰하여 그믐달을 벼리다가 초승달로 뒤집기도 한다
중장에서는 완성된 낫으로 금은화를 베어낸다
금은화는 인동초의 다른 말이다
시골에 흔히 피는 인동초를 베어내는 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지지만 말 그대로 금화ㆍ은화를 캐내어 가족들을 책임져야 할 아버지의 짐으로도 해석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아버지는 금화 은화를 캐기 위해 밤낮으로 애를 쓰시지만 날이 무뎌지고 종국에는 종장에서처럼 "굽은 생 펴지도 못한 채 조선낫이 된 아버지"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짧지만 강렬한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