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기사

- 돈키호테가 둘시네아에게

by 백윤석

미치게 보고 싶소, 뼛속 시린 새벽이면

풍차거인 마주하던 대관령 등마루에서

하나 된 우리의 입술, 그 밤 잊지 못하오


풋잠 깬 공주 눈엔 태백성이 반짝였소

서로의 몸 비비는 양 떼들 울음 뒤로

하늘도 산을 안은 듯 대기가 뜨거웠소


한데 이젠 겨울이오, 인적 끊긴 산정에는

로시난테 갈기 같은 마른 풀만 듬성하오

나는 또 그 말에 올라 북녘으로 길을 잡소


백두대간 어디쯤에 그대 앉아 계실까

폭설이 지운 국도 철조망이 막아서도

숫눈길 달려가겠소, 한라에서 백두까지


임채성, 「바람의 기사」 - 전문


임채성 시인은 200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위 시에서 보듯 상상력과 문장력이 뛰어난 차세대 대표주자다.


이 시는 서양의 고전 돈키호테부터 출발하여 현대의 분단된 한반도에 이르기까지 상상력을 발휘, 시공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한 여인에 대한 사랑을 넘어 통일의 염원까지를 두루 아우르는 필력을 뽐내고 있다.

카피라이터 출신답게 섬세하고 정밀한 시어들을 조탁하여 좋은 시들을 창작해 내고 있다.


대체적으로 시인들은 자신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한 것들을 시로 표현하는 경향이 짙은데 그런 시들은 큰 감동을 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경험에 상상력이 더해진다면 시는 강해지며 독자들에게는 신선함을 선사해 주리라고 확신한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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