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그 끝머리엔 광활한 사막이 있다
입 안 곳곳 찔러대는 낙타초 곱씹으며
가슴속 타는 목마름 달래며 가야 하는,
나는 일순 외봉낙타 빛 잃은 외톨이 별
헤살 놓는 모래 언덕 손길 그예 뿌리치고
외로이 빛을 밝히며 오체투지 걸음 걷는,
마음을 비워놓고 절망마저 내려놓고
내면이 시켜서 쓴 육필 편지 닿았을까
저 멀리 오아시스가 앞섶을 활짝 연다
- 「타클라마칸을 건너다」 전문
타클라마칸사막은 한 번 들어가면 살아서 못 나오는 곳이다. 현장법사가 인도로 구법의 길을 갈 때 마주쳤다는 화염지옥이기도 하다. 그런 타클라마칸사막이 이별 뒤에 도사리고 있다. 이쯤 되면 이별의 후유증이 얼마나 가혹한 형벌이었는지를 이 한 줄의 글로 다 표현했다. 촌철살인과 같은 명쾌함이다. 필자는 화자의 이별 내용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가 이별 후에 걸었던 길은 다 헤아리지 못했다. 이번에 이 시조를 읽고 어렴풋이나마 그 어려움을 가늠하는 기회가 되었다.
「타클라마칸을 건너다」라는 이 작품은 이별이라는 아픔을 대 놓고 슬프다느니 아프다느니 하는 상투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대신 “낙타초 곱씹으며”, “빛 잃은 외톨이 별”, “오체투지 걸음 걷는”이라는 시어로 담담하게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이별의 아픔과 고통을 은유의 이미지로써 격조 높은 문학성을 보여주고 있다. “낙타초”란 가시처럼 생긴 풀이다. 낙타가 사막을 건널 때 혹에 저장된 물과 기름을 다 소진했을 때, 타는 목마름을 견디기 위해 최후로 낙타초를 씹는다. 낙타초로 스스로 입안을 찔러 피를 내어 그 피를 마시며 사막을 건너고자 하는 마지막 몸부림이다. 이 정도면 이별의 고통은 죽음보다 더 아팠을 것이다. 참으로 처절하게 사막을 건넜음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이 시의 뜻하지 않는 반전의 묘미가 셋째 수에 있다. 이별의 아픔을 건너게 한 것은 아픔을 이겨내고자 한 처절한 몸짓이 아니라 “마음을 비워놓고 절망마저 내려놓고”라는 구도심에 있다는 것이다. 현장법사가 구법의 길을 걸을 때 손오공과 저팔계, 사오정이라는 3개의 탐(욕심내는 마음), 진(노여워하는 감정), 치(어리석음)와 함께하며 화염지옥을 건넜듯이, 이별의 대상에 대한 노여움과 못 가졌다는 욕심과 자신의 어리석음에 대한 것을 낙타초를 씹으면서 쓴 편지가 새로운 오아시스를 활짝 펼쳐준다는 구민의 마음이다.
세상의 모든 이치가 물 흐르듯 흐른다는 점을 알게 되면 모든 고통도 사라지고 늘 환한 오아시스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제 이 시조의 화자는 오아시스에서 만나 맑은 물로 목을 축이며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것이다. 그 앞길에 무지개를 펼쳐주고 싶다. - 시평 이승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