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 백윤석

by 백윤석

만약에 내 눈물이 뾰로통한 세모라면

날카로운 예각으로 님 발치 앞 꽂겠네

그래도 가신다면야

어쩔 도리 없지만,


만약에 내 눈물이 넓적한 네모라면

가시는 길 천리 성벽 높이 높이 쌓겠네

그래도 가신다면야

굳이 잡지 않겠네


만약에 내 눈물이 세모 네모 아니어도

만산을 덮칠 만큼 허벅지게 운 연후엔

그 자리 털고 일어나

손 흔들고 말겠네

- 「만약에」 전문


눈물이 어떻게 세모가 되고 네모가 될까?

시는 과학이나 논리를 철저히 부정하는 데서 시작하지만 그곳엔 아이러니하게도 고도의 논리성과 과학성이 내재되어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구성이 아주 잘 짜인 작품이라면 두말할 필요 없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글쓴이의 감정이입이다.

시는 독자들에게 논리성과 과학성을 입증하는 학문이 아니라 인간적인 공감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글은 필자의 상상력에서 기인하지만 내면에는 사랑하는 님과의 이별에 대한 절절함이 깔려있다. 직접적인 감정표현은 하지 않고도 구성의 치밀함으로 평범한 말들로 작품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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