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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R Dec 08. 2023

공단과 구디 사이에서 발견한 한국 사회의 내일

책 <구로동 헤리티지>, 박진서 저


구로동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나는 대선 시즌만 되면 정치인들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자랑삼아 내세웠던 구로공단의 역사가 떠오르고, 미디어에서 재현되는 결코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구로동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런 내 편협한 시각을 지적하듯 책 <구로동 헤리티지> 는 구로동이라는 지역, 혹은 하나의 세계를 둘러싼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동시에 2023년 대한민국 내 수많은 '구로동' 을 둘러싼 우리의 인식을 재고할 것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책은 구로동이 한국 사회의 발전과 떼려야 뗄 수가 없으며 한국 사회의 기둥과도 같은 곳이라고 곳곳에서 이야기한다. 재봉틀과 키보드로 이루어진, 산업사회와 디지털사회로의 진입을 위한 초석을 다진 산업의 역군들이 존재했던 곳. 그들의, 그들에 의한, 그들을 위한 노동의 역사가 아로새겨진 곳. 피와 눈물로 단단하게 다져진 땅 위에 발 딛고 사는, 그러나 세상이 잊은 수많은 '순이들' 이 사는 곳. 재봉틀과 키보드를 조작하는 손가락들은 첨단 AI의 도래와 함께 비가시화되는 듯 보였으나 여전히 이 사회의 산업을 지탱하는 건 인간의 노동이었고, 코로나 사회는 그런 비가시화된 노동에 종사하는 취약 계층들을 수면 위로 곪아 있던 사회의 고름들을 드러내는 계기였다.


한국 현대사의 발전과 함께 한축을 담당해 온 구로동은, 그러면서 동시에 한국 사회에 의해 철저히 타자화되어 왔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나를 포함 많은 이들의 뇌리 속에 '구로공단, 디지털단지' 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는 구로동. 그러나 최근엔 미디어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지역과 결부시켜 재생산하고 확장하는 모습도 간과할 수 없지 않은가.


외부의 시선과는 달리 모자이크와 같은 다채로운 색깔로 덧입혀지며 발전하고 있는 구로동. 구로동의 역사와 그 속에 존재했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은 곧 사회의 발전을 위해 이용당하고 철저하게 소외당해왔던 우리의 터전을 돌이켜보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니포터, 한겨레출판으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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