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본 헌터(Bone Hunter)>, 고경태 저
뼈를 통해 고인이 된 이들의 죽음의 원인을, 그들의 삶을 추적하는 본 헌터. 이들은 뼈의 발굴과 더불어 한때는 육신이 존재했을 역사 속 지워진/잊힌 목소리들을 불러낸다. 아주 오래된, 그러나 그렇게 오래지 않은 이야기. 뼈가 이야기해 주는 한국전쟁 이후 벌어진 동족상잔의 비극.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많이 죽게 만들었을까? 무엇이 그들을 빨갱이로, 부역자로 몰아가게 만들었을까?
오르한 파묵의 소설 '내 이름은 빨강' 처럼 죽은 자의 목소리를 들려준다는 점에서 책은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듯하나 목적지는 뚜렷하다. 현대사 속 억울한 죽음을 밝히고 민족의 응어리를 풀어내는 것. 어느덧 칠십여 년이 흘렀음에도 그때의 비극은 여전히 이념과 이익을 둘러싼 욕망으로 얼룩져 있다. 그러나 한 인류학자의 집념과 열망이 그 시절 무형의 기억과 목소리를 불러와 유형의 기록으로 남긴다.
하니포터, 한겨레출판으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