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의 유산 후 느려지고 게을러진 아내를 두고, 지난날의 아내를 그리워하는 남편. 팍팍한 서울살이에 여기저기 치이다가도 어느 날의 피아노 연주에 다시 한번 삶의 의지를 다 잡아볼까 생각하는 남자. 가을을 담은 고요한 눈을 마음에 담았다 그 마음 주고받을 새 없이 이별하게 된 남자. 봄이 와도 행복하지 않다더니 가족을 떠나고서야 봄을 알게 되었다는 아버지.
작품 내내 그려지는, 먼지 같이 부유하는, 혹은 끈적하게 눌어붙은 인물들. 동시에 그이들을 차갑고 건조한 시선으로 관망하는 듯한 인물들. 그들 면면에서 보이는 무심함, 이기심, 그로 인해 주변인들이 느끼는 심적 폭력은 어떻게 이해해야 좋을까. 온전히 이해할 순 없는 삶들이나 그럼에도 함께 가벼운 점심을 나누며 축복을 빌어주고 싶은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