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 전 한병철 교수의 <피로사회> 가 베스트셀러란에 오른 바 있었던 걸 기억한다. 작년 한 해 동안에도 피로사회를 비롯한 저자의 문제제기들을 꾸준히 접했는데 이것은 또 무슨 인연일까. 빠른 속도로 변해가는 한국 사회가 어떻게 ‘피로사회’ 의 모습을 띠게 되었는가를 말하던 작품. 현대 성과사회를 살아가는 일원으로서 어렵지만 한 문장, 한 문장 꼭꼭 씹어가며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그리고 이 책 <우리는 왜 피로한가> 는 그때 그 시절 피로사회가 한국 사회에 던졌던 화두였던 ‘피로사회’ 라는 개념 위에 2024년 지금 이곳에 존재하는 우리를 돌아보는 글이다. 특히 MZ 세대에게 친숙한 K입시와 K팝을 중심으로 현 시대를 톺아보는 글은 이 사회가 지속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자기 계발” 이란 주술을 걸며 끊임없이 개인들을 압박한 결과로 이루어져 있음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극한의 성공모델인 K입시와 K팝. 책은 스스로를 죽음과도 같은 경쟁으로 내모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더불어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를 되묻는 듯하다.
주말이 되어도 고단하기만 하고 주 4일제를 입버릇처럼 중얼거리는 매일. 우리는 대체 왜 피로한가. 우리를 피로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책은 성과 지향적인 신자유주의와 소비자본주의의 결합을 지적하고, 그러한 결합이 내가 좋아하는 ‘좋아요’ 들을 이용해 내 눈과 귀를, 끝내는 죽도록 즐기다 못해 숨통까지 틀어막을 수 있음을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