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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R Jun 16. 2024

연인戀人, 단상 #9

2023. 10. 23.


소현세자 자체가 아니라 인조라는 기준에 대한 반反 으로만 여겨지는 느낌적 느낌. 물론 역사는 결국 현대인의 필요에 의해 취합되고 걸러지는 거긴 한데 그도 인간이 아니었나.


소현세자 서사의 탄생과 역사 속의 소현세자

https://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11146365

소현세자의 왕세자 교육

https://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01660709

소현세자빈 강씨의 심양관 생활

https://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02226922

승정원일기를 통해본 소현세자의 병증과 사인

https://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02412792


이렇게 네 개를 읽었는데 이 사람들 당시 고작해야 20대였을 텐데 얼마나 힘들었을까 마음이 아파. 읽을수록 인간적으로 안타깝달까. 그러나 읽으면서 알게된 건 그 또한 일국의 기득권이었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심양관 가서도 왕세자 교육을 받았기에 기존 지배층의 사고체계가 그리 쉽게 깨질 수 있을리는 없었을 것 같다. 물론 그렇기에 중반부부터의 세자의 변화가 정말 여타 다른 서사보다 독보적이라 여겨지고.


충절과 정절의 정치학 ― 조선후기 절(節) 담론의 전개 양상 ―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2566247


드라마를 보면서 매 회차를 볼 때마다 봤기 때문에 정말 열댓 번도 더 봤고, 무료 논문이다. 드라마를 본 이들이 다들 꼭 봤으면.


[요약]  [...] 조선을 이끈 핵심 개념인 충(군신), 효(부자), 열(부부). 효는 혈연관계에 기초하나 충과 열은 효에 비해 인위적인 관계로 노력과 의지가 필요하다. 신유교를 정치 이념으로 삼은 양란 이전 조선은 충신과 열부를 만드는 것을 정책의 일환으로 삼았고, 이는 입신양명의 수단이 되기도 했다. [...] 절의는 <죽음> 으로 구현되고, 죽음으로 절의를 지키는 <사절> 이라는 용어 자체에 큰 의미가 부여되기 시작했다. 특히 여성과 결부된 절개 또는 정절 개념은 구체적인 개별 부부 관계에 국한되지 않고, <성적 순결> 이라는 여성 일반의 도덕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그래서 남편과 무관하게 '모든' 여성의 성적 순결을 사회와 국가가 관장하게 되고, 절을 잃은 <실절> 여성은 국가가 응징하게 된다. 흥미로운 건, 조선 사회에서 충절 및 정절 논의가 서로 연결된 사건이고, 동일한 정치 집단에서 나왔다는 것. 이 모든 것은 충절지사 김상용으로부터 유래한다. [...] 이후 환향녀 담론을 통해 속환 여성은 돌아갈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를 떠나 돌아가는 것이 '옳은지' 아닌지의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데, 조선은 전란의 피해자인 그들에게 도덕적 책임을 물으며 희생시킨다.


환향녀 윤씨의 그 후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896077.html


논문 쓰신 분이 쓰신 글.


화약고 책임 물을까봐 저 모든 말도 안 되는 짓을 한 거 같은데 그게 또 먹혀서 사회 전체 여성에게 피해를 끼쳤다는 게 황당하다. 정묘호란 때 도성을 버리고 도망갔던 사람이라고... 당시 자신이 지키던 강화도에 왕족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사절...? 납득이 잘 안 간다. 사고사가 더 타당해 보인다. 실제 김상헌의 큰 형이구나. 윤씨의 이후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 하긴 호란에 얽힌 여성의 삶에서 강빈의 죽음과 사후 대우 문제가 빠질 수가 없네. 그래서 드라마가 효종 10년까지 이어지는 거구나.


새벽에 이거 읽으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고 눈물도 핑 돌았었다. 가문이 문제가 아니라 여성이라는 이유 자체로 혐오 당하던 시대였고 그게 특정 세력의 이익과 명예 때문에 담론화되었던 건데 진짜 드라마를 보면서 이런 걸 이야기 했으면 싶었다. 더 많은 윤씨 부인, 길은종수, 누이들의 이야기.


윤씨가, 당대 최최최상위층 여성이었다. 판서 윤근수의 증손녀, 영의정 윤두수의 종증손녀, 군수 윤종지의 딸. 병자호란 당시의 정국에서 실세에 속했던 영의정 윤방이나 판서 윤순지 등은 가까운 친족. 윤씨의 여동생은 영의정 심지원의 부인이고 그 아들 심익현은 효종의 차녀 숙명공주의 부마. 열 받는 게 윤씨가 청에 끌려간 게 남편놈이 피란 중에 지 부모만 챙겨서 윤씨 <혼자> 끌려간다. 그래도 겨우 돌아온 건데 그렇게 살아온 며느리를 >> 제사를 지낼 수 없게 오염됐다는 이유로 << 내치는데 남편 집안 제사가 알바냐 싶어서 짜증이 난다. 그리고 오염... 이거 작품 속에도 나오던 말들이다.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오로지 여성에게만 집중된 순결정절 이데올로기였던 게 너무 슬프다.


물론 왕도 어쩔 수 없었던 게 보여서 답답하다.. 결국 파워게임에서 진 거니까. 충절지사 집안 만들고 '오염' 된 며느리 떼어내고 장씨들 얼마나 기세등등했을까. 다시 보니 훈신의 독자라고 허했다나봐. 훈신이 나라나 군주를 위하여 드러나게 공로를 세운 신하라는데 김상용을 언급한 걸까? 그렇게까지 칭할 게 맞는가...


인조에게 '특별 허락' 받고 기세 등등하게 이혼한 장선징은 장선징으로 그 이름이 남았는데 윤씨 부인은...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채 <윤씨 부인> 으로만 기록된 게 화룡점정이다. 윤씨의 아버지와 남성 친족들의 이름으로 윤씨의 존재가 조선 사회에서 어느 위치에 존재했었는지 알 수 있을 뿐. 윤씨가 제아무리 최최최상위층의 여성이라 해도 아버지가, 친족이, 효종이 없었더라면 그 사람이 존재했고 속환녀로 부당한 처우를 받았단 걸 알 수나 있었을까 싶고 관계적 좌표로만 정의내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그 사람 자체로 오롯이 호명하기 위해선 이름이 필요하다.


어린 시절 장면이 생각나서 너무 마음이 아픈데.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리는 것도 어쩌면 고통일 수 있다. 그런데 그때의 이장현 눈이 너무... 일찍 철 들어버린 아이의 눈이었다. 동생을 지켜내겠다는.


난 역적 때도 길동이가 자신의 성을 직접 설정하는 게 좋았어. 떠들썩할 홍이었던가. 충원군이 천한 놈도 성이 있냐고 되물었던 거로 기억하는데 자신의 정체성과 운명은 자신이 정하겠다는 결의가 보여서 너무 좋았어.

뜻이 떠들썩할 홍인 것도 좋았다. 홍가네 함께 있으면 그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고 마음껏 이야기하고 마음껏 노래해서 언제나 떠들썩할 것 같았어.


어떻게 보면 너무 슬퍼. 시대상으로 역적이 더 앞선 시대인데 그때 아모개와 홍길동이 겪었던 아픔이 연인 시대까지 해소되지 않고 되풀이되어 누이와 그의 연인이 검은 피의 파도에 잠식돼버렸단 게.


우리 길채. 드디어 자기 마음에 솔직해질 용기를 얻어서 사랑하는 사람 곁을 떠나지 않으려고, 그 사람이 평온하게 잠들었는지 확인하려고 그 얼굴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고...


영상 매체에서는 의상도 하나의 상징물이기 때문에 의상으로도 인물의 심정이나 성장 유무를 알 수 있다.


https://www.dispatch.co.kr/2265505

"길채의 한복은 사계절이다"…이진희 의상감독, 한복의 비밀 (연인)


https://isplus.com/article/view/isp202309140186

[비욘드K] ‘연인’ 이진희 의상 감독 “남궁민, 옷 입어보고 ‘연기만 잘하면 되겠네요’ 만족해”


https://www.dispatch.co.kr/2267439

드라마의 세계관을 창조하기 위해 인물들의 성장과정까지 고려하고 청나라 복식까지 신경 썼다고 나온다.


사실 드라마 시작하면서 아 작가가 시대 잘 맞췄네 싶었다. 솔직히 페미니즘이 화두인 시대이기도 하고 정절 이슈로 환향녀 이야기 전면에 내세우면서 전쟁으로 비롯된 국가적 규모의 여성혐오, 페미사이드를 이제 상업 드라마에서도 다루는구나 싶었는데 현실은..........


드라마 초반부터 함께 덕질해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사실 초반부 장현의 아비에게 '맞아 죽은' 사람이 장현의 어머니라고 생각했었다. 왜냐하면 그래서 작중 내내 어머니들의 존재가 부재한 것, 정묘호란 이후 모종의 이유로 절개를 잃어 저리 되었나 싶어서. 그런데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누이와 누이의 연인의 존재가 밝혀지고 나니 생각이 쩜 복잡해졌고 역적이랑 어제 읽은 글들 생각하면서 씁쓸해지고.


특히 "절개 잃은 여자와 짝이 되는 것은 자신 또한 절의를 잃은 것이 되기 때문" 이고 "절개를 강조하는 것은 곧 절의를 중시하는 것" 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결국 이해득실을 위해 본인들의 충절을 강조하고, 조상에 대한 예를 갖추기 위해 '오염된' 며느리를 내치는 거라 이야기하고, 그럼에도 그 며느리의 아들은 남자라는 이유로 가문의 일원으로 포용된다는 게 어처구니가 없었다.


당시 국제 정세가 근대화 발돋움하는 시기이기도 하고 양란 이후 개판된 나라 수습하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지만 그 와중에 터져나온 온갖 혐오란 혐오는 또 깔대기마냥 여성들에게 향하는데 그 여성이 당대 최상위층 일원이어도 얄짤이 없었단 게 너무 마음이 아팠어.


생각할수록 인조 삼궤구고두례 장면 안 보여준 게 맘에 든다. 전란 이후 고통 받는 피지배층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드라만데 왕이 오랑캐에게 머리 숙이며 절하고 왕족이랑 충신들이 그거 보면서 우는 거 보여주면 초점이 그들의 이야기로 옮겨져서 인조가 불쌍하니 세자가 불쌍하니 길채 같은 애들 얘기가 뭐가 중요하냐 했을 듯.


이장현은 장현이라는 자기 이름 버리고 '유길채의 연인' 으로만 살겠느냐 물으면 기꺼이 예라고 할 것 같아.

온 세계의 좌표가 유길채를 중심으로 짜여져 있고 자신의 존재 이유조차 그냥 유길채라서.


<롯기> 에 언급된 소금기둥보다는 <제5도살장> 에서의 (롯기) 소금기둥이 생각나더라고. 돌아보면 안 되는데 자꾸 돌아보는 이유가 뭔가. 그건 남겨진 그 무언가가 떠오르기 때문이고, 돌아보지 말아야 할 이유는 뭔가. 대체 누가 '돌아보지 말라' 는 금기를 설정한 것인가...


나는 길채가 그 금기에 굴하지 않았고, 그래서 장현의 사랑을 마주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스스로 금기를 설정하고 천번만번 되새겼을 것 같아. 하지만 그러다 장현이 화살 맞는 순간 내가 왜? 뭐 때문에? 싶었을 것 같고.



2023. 10. 23. 까지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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