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 시리즈의 주인공 해리 포터Harry Potter 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모든 시리즈에서 전면에 배치된다. <해리 포터와 ㅇㅇㅇ> 라는 식의 제목은 독자가 필연적으로 이번 편에서 해리가 'ㅇㅇㅇ' 와 연관될 수밖에 없겠다는 것을 예측하게 만든다. 해리의 삶은 기승전결이 뚜렷한 영웅 서사를 따르며, 사실상 선택받은 탁월한 자가 인류(라고 이야기하면 거창해 보일지 모르나)를 구원한다는 이야기다. 그런 '위대한' 해리의 삶을 다룬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후플푸프Hufflepuff (House) 는 평범하다 못해 그 존재감이 다른 기숙사들보다 미미하고 때로는 호구로까지 그려지곤 한다.
뉴트 스캐맨더Newton Scamander 는 그런 후플푸프 속에서도 극단적으로 내성적인 사람이다. 그는 영웅이 되기보다는 '신비한 동물' 로 상징되는 소외된 존재에 관심을 가지고 자기만의 세계에 몰두한다. 뉴트가 늘 가지고 다니는 가방은 외부인이 보기에는 작디작은 '평범한' 가방에 불과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알아차리지 못했던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하는 듯하다. 뉴트 스캐맨더가 주연인 <신비한 동물 사전> 은 지켜보는 사람이 "와 재밌다!" 라고 흥미를 끌만한 요소가 없다. 그러나 세상엔 그런 '재미없는' 캐릭터인 뉴트 스캐맨더에 끌리는 사람들도 있다. 그건 어쩌면 거대 서사와 대비되는 비영웅적 서사의 소소함과 더불어 타인의 일상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흥미가 생기는 이들의 취향 때문인지도 모른다.
헌신Dedication, 인내Patience, 신의Loyalty. 주어진 자리에서 묵묵히 삶을 인내할 줄 아는 진실되고 포용력 있는 이들의 기숙사. 기숙사의 상징이 땅earth 인 이유는 어쩌면 이 땅에 발을 딛고 사는 평범하지만 우직하고 신의 있는 이들을 위한 곳이기에 그럴지도 모른다. 무지의 베일Veil of Ignorance 이 씌워져 세상 가장 낮은 곳에 존재하는 이가 되어도 공평하게 대우받으며 살 수 있도록, 내가 발 딛고 사는 이곳에서 더불어 함께 사는 이들의 존재를 귀히 여기고, 가장 ㅇㅇ 한 이들만 가르치겠다는 어떤 '선의적' 차별도 없이 공평하게 타자를 대우할 줄 아는 이들이 모인 곳.
· 그리핀도르Gryffindor
"가장 용기 있는 이들만 가르치세."
· 래번클로Ravenclaw
"가장 똑똑한 이들만 가르치세."
· 슬리데린Slytherin
"가장 순수한 혈통을 가진 이들만 가르치세."
· 후플푸프Hufflepuff
"모든 이들을 동등하게 가르치세."
늘 세상에 "그것이 옳은가just ?" 라는 질문을 던지는 뉴트 스캐맨더를 위시한 후플푸프. 호그와트 전투에서 그리핀도르 다음으로 많은 수가 전투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구성원 대다수가 "그것이 옳은 일이기 때문에" 참여했다는 작가의 말은 언제 떠올려도 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스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사실 배우 에디 레드메인을 좋아했었던 터라 초반엔 배우가 해리 포터 프랜차이즈에 속하게 된다는 소리에 좋아서 방방 뛰며 의식적으로 찾아서 봤었다. 지루해서 죽을 뻔했지만. 그러나 영화 <신비한 동물 사전> 이 현대 사회에 기반하여 선한 사람들의 정의justice 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는 맥락에서 뉴트 스캐맨더는 꽤나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TMI 뿌리자면 구구절절 쓰긴 했으나 본인은 기숙사 배정할 때마다 래번클로가 나오며 본인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이야기는 해리 포터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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