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의 추방> 이랑 병렬 독서 했는데 이전에 읽은 저자의 다른 어떤 책 보다 훨씬 더 잘 읽혔다. 물론 내 착각일지도. 주말에 다시 정리를 해봐야겠지만 일단 까먹기 전에 기록해 두자.
한병철 교수님의 <심리정치> 는 '자유(의지)' 의 허구성을 의심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우리가 어떻게 스마트 권력에 지배당하고 있고, 그 권력이 어떻게 시스템적 '친절한' 빅 브라더로 기능하고 있는지에 관해 주장한다. 벤담과 푸코로 이어진 파놉티콘은 이제 개인 안에 내재화되어 개인은 적극적으로 자신을 노출하며 '소통' 하지만, 그 소통 또한 강제된 것이다. 더 많은 생산과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감성이 주입된 자리는 필히 이성이 밀려난 자리일 것이다. 효율적 착취를 위한 성과사회의 성과주체 형성과 마찬가지로,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한 신자유주의는 삶과 노동을 게임화 시켜 개인이 '자발적' 자기 착취를 이루도록 한다. 힐링healing 을 강조하나 이는 곧 킬링killing 을 야기할 뿐이다. 과잉남발된 정보는 빅데이터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감각을 마비시키고 질식시키나, 빅데이터는 삶의 사건성에 꼭 필요한 인과성이 없고 그럴듯함의 개연성만 존재한다.
조지 오웰의 '1984' 와 애플의 '1984' 를 비교하는 장면과 마지막 장의 백치 파트가 특히 재밌다. 애플은 맥킨토시가 인류를 빅 브라더의 '1984' 로부터 해방시켜 주리라 장담하지만, 저자는 애플의 1984 이후 인류가 한층 더 은밀하고 철저한 빅 브라더 체제에 돌입했음을 지적한다.
읽다 보면 과연 누가 '바보' 인가? 라는 의문이 생긴다.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다른 시각으로 다른 의견을 내놓으면 그는 바보가 되지 않는가. 하지만 저자는 적극적 바보 되기를 권장하며 빽빽하게 들어찬 정보의 나열을 비집고 나올 (인간다운) '이야기' 를 기대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