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넷플릭스에 <더 글로리 2> 가 올라와 있다. 시즌2 를 보지 않았고 아직 볼 생각도 없지만, 2주 전 내 생각은 이랬다는 걸 기록으로 남기고자.
아, 왜 없는 것들은 인생에 '권선징악,' '인과응보' 만 있는 줄 알까?
시즌1 을 재밌게 보고 시즌2 를 기다리던 입장에서 예고편에서 나온 저 대사에 가슴이 철렁했다. 박연진이 내뱉은 저 말은 문동은과 강현남을 향한 대사이면서도, 동시에 악역의 파멸을 기대하던 화면 밖 시청자인 나를 향한 대사이기도 하니까.
시즌1 을 보며 문동은에게 이입하며 달려온 시청자 중 그 누가 문동은의 행복을 바라지 않을까. 고전적인 이야기 구성의 논리상 문동은의 행복을 위해서는 권선징악과 인과응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권선징악과 인과응보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지? 그게 이루어지면 문동은은 정말 행복해질 수 있는 건가? 라는 의문이 생긴다.
김은숙 작가는 제작발표회에서 "사법 체계 안에서의 복수가 아니라 사적 복수를 선택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사적 복수를 옹호하지 않으려 한다" 라는 이야기를 한 바 있다. 현실을 고려해 볼 때, 돈이 차고 넘치는 박연진 패거리에게 과연 사법 체계가 주는 형벌만으로 충분할까. 오히려 문동은의 사적 복수가 현실적 카타르시스를 위해서는 더 합당하지 않을까. 극 중 사적 복수가 옹호되지 않을 거라는 작가의 전제하에서는 문동은의 파멸이 필수불가결한 게 아닐까. 복수를 한다 해서 문동은의 깨진 영혼이 다시 원상복구 될 수 있을까... 등의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김은숙 작가가 작품의 말미에 자신이 생각한 답을 내놓았을지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