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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R Mar 14. 2023

10년 후 다시 보는 <아바타(Avatar)>

대놓고 계급 사회를 보여주는 <타이타닉> 이 오히려 더 진보적으로 느껴진다. 한편으론, 본국에서 꿈도 희망도 없던 제이크 설리에게서 잭 도슨의 모습이 겹친다. What if ··· ? 의 세계에서 배라는 세계를 장악한 잭 도슨의 영웅적 일대기를 판도라로 가져다 놓으면 그게 곧 제이크 설리의 이야기가 아닐지···.


극 자체도 유럽 제국주의 열강의 식민지 정복이라는 식민주의Colonialism 적 은유가 판을 치는데, 특히 쯔테이에 대한 묘사가 찝찝하다. 너무나도 스테레오타입스러운 동양인(원주민)의 외모, 주인공에 사사건건 대립하는 '야만인' 전사적 면모, 부족장의 자리까지 올라섰으나, 토루크 막토인 제이크 설리의 등장에 아무런 반발도 없이 물러서 조력자로서 제이크를 도와주다 추후 후계 및 러브라인 싸움을 원천 차단하고자 죽어버리는 것까지.


이크란과의 교감 장면은 불쾌함을 넘어서 역겹기까지 하다.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교감' 이후 이크란의 동공이 확장되는 시점에서 "That's right. You're mine." 라고 뱉는 대사가 정점.




작중 그레이스 박사 캐릭터가 재밌다. 무식한 해병이 아닌 과학자가 필요하다며 쌀쌀한 첫인상을 주다가도, 이성적이고 냉철한 판단으로 그때그때 필요한 조언을 주기도 하고 든든한 조력자가 되기도 한다. 십여 년간 나비족 아이들의 어머니와 같은 선생님의 노릇을 하면서도 한편으론 그들의 터전인 행성 아래 무엇이 있을까 끊임없이 학자적 탐구심을 빛내기도 하고, 말미엔 탐구와 채굴이라는 인간의 행위 그 자체가 판도라 생태계에 해악이 될 거란 걸 가장 빨리 깨닫는 인물이기도. 죽음의 순간, 에이와와의 교감을 통해 "She's real." 이라고 하는 장면을 보면서 평생을 과학자로 살아온 인물이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존재를 접하고 황홀감을 표하며 눈을 감는 장면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짜릿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레이스 박사 외에 흥미로운 캐릭터 둘이 더 있는데, 총책임자인 파커와 용병 트루디. 파커의 경우, 돈에 미친놈처럼 등장해 놓고 약자들은 살려야 하는 게 아니냐는 제이크의 말에 동요하기도 하고 실제로 정신 나간 쿼리치가 홈트리를 날려버릴 때는 환호는커녕 복잡한 심경이 스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트루디는 판도라 정복 군대의 일원인 용병으로 판도라에 와놓고 I didn't sign up for this shit. 이라며 쿼리치의 명령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모습에서 행동하는 양심을 보인다. 아니, 근데 파커 배우 어디서 봤나 했더니 피비 동생 프랭크였네.




후속작인 <물의 길> 은 가족 이야기라고 들었는데, 10년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전작에 대한 비판을 수용하고 쇄신하지 않았을까? 물론 직접 봐야 알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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