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시신의 상태로 발견되었다. 그의 죽음을 조사하는 검비위사는 죽음과 관련된 여러 사람들이 '자신의 관점에서 늘어놓는 상이한' 진술들을 듣게 된다. 목격자를 제외한 사건 자체와 관련된 인물은 크게 세 사람이 있다. 시신이 된 남자, 그의 아내, 그리고 그의 아내를 겁탈하고 뺏으려 든 도적. 덤불만이 알고 있을 진실은 그들의 입을 통해 서로 다른 이야기로 진술된다.
도적은 남자를 <자신이 죽였다> 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은 마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작품 밖 누군가에게 자신은 '정당하게' 여자를 소유하려 했을 뿐이라는 합리화를 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여자는 도적에게 겁탈당한 후, 남편이 죽고 따라 죽기 위해 남편을 <자신이 죽였다> 고 주장한다. 여자가 살던 시기, 정절을 지키지 못한 여자는 죽어 마땅하다는 인습적 생각을 내재화한 까닭인 걸까. 남편의 싸늘한 시선만큼이나 차가울 '누군가' 에게 자아비판적 합리화에서 비롯된 변명을 늘어놓는 듯하다. 무녀의 입을 빌려 혼백으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남자는 아내의 마음이 자신을 떠나 이미 도적에게로 향한 것 같다는 생각으로 스스로 <자신을 죽였다> 고 주장한다. 권력으로 누르지 못한 도적에게 힘으로 자신의 아내를 뺏기고 겁탈당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무력감과 자괴감에서 비롯된 듯하다.
작가는 끝까지 관찰자이자 조사자인 검비위사의 관점으로 사건과 거리를 두고 사건을 기술한다. 동일한 시공간에서 일어난 일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시선과 인지로 여과되느냐에 따라 다른 해석과 다른 진술이 나타난다. 진실은 끝내 밝혀지지 않는다. 그들을 둘러싸고 있던 덤불만이 각자가 감추고자 한 진짜 이야기를 알고 있으리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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