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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화목 Jul 24. 2022

땀방물만큼 잡초를 뽑는다.

 벼농사를 많이 짓기 시작한 지 6년이 된 거 같다. 처음엔 집에서 먹을 정도의 작은 벼농사였지만 이젠 1만 5천 평이라는 제법 큰 벼농사가 되었다. 4월 중순쯤부터 시작된 벼농사는 10월에 끝난다. 7개월 정도 걸리지만 실제로 일하는 날짜를 계산해 보면 며칠 되지 않는다.(나에게는 아니지만 말이다...) 벼농사는 이제 거의 기계화로 경작이 되기 때문에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는 삽 들고 나가서 물꼬를 틀거나 막는 일, 논둑에 풀을 깎는 일, 정도이다. 이론상으론 말이다.

 벼농사가 인력이 거의 안 들어간다고는 하지만 농부의 농사짓는 실력과 날씨의 영향 등등으로 한 번으로 끝내야 하는 일을 여러 번 해야 할 때가 많다. 올해 내가, 아니 매년 나는 그렇다.

 분명히 물관리를 잘 했다고 생각했고, 방제도 철저히 했다고 생각했다. 마음속으로 이미 벼가 남들보다 몇 가마나 더 나와서 여기저기서 들여오는 칭찬 소리에 입이 귀에 걸려있었다. 장마가 시작되고 허구한 날 내리는 비 땜에 콩밭이 물에 잠기고, 콩은 수분 장애로 인해 누렇게 죽어가고 있었고, 죽으라는 풀은 내리는 비로 목욕이라도 한 듯 새록새록 짙은 초록빛 물들어 갔다. 그렇게 2주 동안 벼들을 신경 못 쓰고 콩밭에 매달려 있노라니 아니나 다를까 '피'라는 잡초가 벼들 사이에서 나 몰래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 게 시기가 필요하듯이 벼 또한 잡초 방제를 해야 하는 시기가 있다. 벼들이 이제 쌀을 만들기 위해 이삭을 팰 때는 잡초 방제를 하지 못하는 때다. 만약 그때 방제를 하게 되면 벼들이 약해를 받아 이삭이 패지 않을 수 있으며 더군다나 잡초들이 너무 커버려서 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손으로 '피'를 뽑아내고 잘라내야 하는 것이다.

 장마 기간이라 후덥지근한 날씨가 대박이다. 뜨거운 한낮에는 도저히 일을 할 수 없어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에 일을 해야 한다. '이른 아침엔 이슬 때문에 옷이 다 젖고 말 거야...'또 한 번 핑계를 대다가 늦은 오후에 논으로 들어갔다. '피'들은 이미 땅속 깊이 뿌리를 박고 있는 터라 뽑는 것은 불가능이고 낫으로 잘라야 한다. 일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이마에서 땀방울이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땀방울을 흘려야 이 '피'들이 사라질까... 이마에서 흐르고 등줄기로 오싹하게 흐르고 겨드랑이, 사타구니 온통 땀이 흘러내리지만 내가 가장 힘든 것은 지나가는 동네 아저씨들, 어르신들이다. 논에 잡초가 많은 것은 오늘 하루 이틀이 아닌데도 어찌나 창피한 일인지...오늘 밤 꿈속에서도 허우적거리며 '피'를 뽑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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