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것이 녹아내린다
나의 피와 같은 온도 36.5도의 날씨가 계속 되는 요즘이다. 파릇한 나무 이파리마저 시들게 만드는 태양이 밉게 느껴지는 것은 비단 나 뿐만이 아닐 것이다. 에어컨을 틀었다. 시원한 바람이 뼛속까지 더위를 식혀준다. 에어컨 실외기가 윙윙거리면 낮과 밤 구별 없이 뜨거운 바람을 토해낸다. 시원함을 위해서 더욱 더 더워져야 하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매미의 울음이 슬펐다. 40도에 가까운 더위 속에서 울어야 하는 매미가 너무 슬퍼보였다. 그것은 내가 매미처럼 처절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했고, 매미처럼 간절하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그것은 고작 더위따위에 무너져 버리는 나의 의지가 슬픈것이기도 했다. 농사를 짓는 농부로써 내가 흘리는 땀방울이 결코 헛되지 않으려면 새벽을 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태양보다 더 일찍 그리고 태양보다 더 늦게 깨어있는 것이 농부라 한다는데 나는 아직 농부가 아닌가 보다. 태양이 나를 깨우고 태양과 같이 잠들기 때문이다.
더운 태양 아래 지치는 것 비단 사람만은 아닐 것이다. 헥헥거리는 강아지들도, 입을 벌리고 흙목욕을 하는 닭들도, 축축 늘어져 있는 들깨잎들 모두 욕할 순 없어도 욕하지 않을 수 없게 지쳐만간다.
소쩍새가 슬피우는 밤이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