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본 토익시험, 설렜습니다.
지난 1월 26일 일요일, 저는 10년 만에 다시 토익시험을 봤습니다. 토익은 2년의 유효기간이 있는데요. 취준생 시잘, 몇 달을 고생고생하며 따 놓았던 높은 점수들도 이미 사라진 지 오래되었습니다. 동시에 제 머릿속 영어 지식들도 세월과 함께 사라졌는데요.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또 없을 것 같았던 토익 시험을 10년 만에 다시 마주한 겁니다.
지난 1월 한 달, 저는 토익공부만 했습니다. 처음에는 자신감이 꽤 있었어요. 취준생 시절, 990점 만점에 950점 이상 받은 적도 있었고, 느슨하게 공부해도 900점 초반 점수는 쉽게 나왔거든요. 그래서 초반에는 '그 실력 어디 갈까?' 하는 근자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뒤통수를 맞게 되는데요. 처음 본 모의고사 점수가 이게 웬 일...
650점!!
이 점수를 보는 순간, 자신감은 한순간에 불안과 걱정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한 달 동안 저는 잠을 제대로 자기 못했어요. 왕년에 영어 좀 한다고 떠들던 저의 자존심에 650점은 너무 큰 충격이었고, 이번 시험 최소 목표 점수인 700점은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이쯤에서 궁금하실 텐데요. 제가 뜬금없이 10년 만에 토익 시험을 보는 이유는 자격증 취득 때문입니다. 저는 2025년에 취득하고 싶은 자격증이 몇 개 있습니다. 2025년 올해는 제가 40대를 시작하는 첫 해이기 때문에, 인생과 경력에 있어서 의미 있는 한 해로 만들어 보고자 하는데요. 그래서 '전문성'을 키워드로 경력을 쌓고자, '경영지도사'라는 자격증 취득에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자격증 취득 목표를 정하고, 시험일정과 공부해야 할 것들을 정리했는데요.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토익 점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전 자격증 시험은 영어시험이 하나의 과목으로 포함되어 있었는데, 요즘 자격증 시험은 영어과목을 토익과 같은 공인 시험으로 대체하고 있더라고요..
제가 응시하려는 '경영지도사' 자격시험은 토익을 기준으로 최소 700점 이상 취득해야 하는데요. 시험일정을 고려하면, 늦어도 2월 중순까지 반드시 700점을 넘겨야 하는 상황입니다. 만약 그때까지 토익 점수 700점을 못 넘기면, 2025년 '경영지도사' 자격증 시험은 강제 포기 하는 거고요. 다시 내년을 기약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토익점수는 미리 좀 따 놓을 걸...
후회가 밀려드는데요. 그렇게 토익 시험은 2025년 1월, 제 인생을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사건이 된 겁니다.
이런 중요한 의미를 가진 토익 시험, 사실 700점만 넘으면 아무 걱정이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모의고사에서 650점이 나온 거죠. 하루 두 시간씩 한 달 공부해서 700점!!
... 가능할까요?
공부를 시작하고 나니 토익공부 이외에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더군요. 일단 거북목 때문에 목과 어깨 통증이 너무 심해서 2시간을 책상에 쭈그리고 앉아 집중하기 힘들었습니다. 두 번째는 노안으로 답을 체크해야 하는 OMR카드 글자가 잘 안보였어요.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시험 시간 2시간 안에 모든 문제를 풀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항상 시험 시간에 맞추면 10~15문제가 남고, 문제를 다 풀면 3~40분씩 초과되었는데요. 시험시간이 지날수록 눈이 침침해서져서 독해지문이 빨리 눈에 안 들어오더라고요. 시험 후반부로 갈수록 읽기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는 것을 느꼈는데요. 솔직히 이 문제는 시험 날까지도 개선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토익시험은 시작하기도 전에 걱정만 수두룩 빽빽이었는데요. 다른 바쁜 일도 많은데, 왜 굳이 이걸 시작했을까? 현타가 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걱정했던 것보다 실제 시험은 할 만했습니다. 마음이 좀 홀가분해졌고, 자신감도 생겼는데요. 아직 점수가 나오지 않아서 확실히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제 예상에 700점은 넘긴 것 같습니다. 우선 시험을 보면서 뭔가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 이유는 여러 가지 일 텐데, 일단 실제 토익 시험 난이도가 모의고사 문제집 난이도 보다 훨씬 쉬웠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제가 고득점을 한다는 것은 아니고요. 시험을 치르면서 이런 안도감이 들더라고요.
700점은 당연히 넘지 않을까?
더불어 거북목과 노안으로 인한 체력 문제는 몸이 시험 환경에 점점 익숙해지더라고요. 한 달 동안 2~3일에 한 번씩 모의고사를 보며, 실제 시험에 몸을 맞추려 노력했는데요. 한 2주 정도 되니까 시험시간 2시간은 거뜬히 버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단지 영어 지문을 독해하는 속도는 개선이 빠르지 않아서, 실제 시험에서 마지막 10문제 정도는 거의 찍다시피 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험을 마친 후 기분은 굉장히 좋았습니다. 빨리 점수받아보고 싶어서 설렐 정도로 마음이 싱숭생숭하더라고요. 덩달아 자신감도 좀 생겼고요.
이번 토익 시험을 준비하면서, 40대인 저에게 도움이 되었던 시험 팁들이 있었습니다. 제게 실제로 유용했던 팁 3가지를 공유합니다.
첫 번째로 고사장은 대학교로 선택합니다. 원래 시험 볼 때, 고사장으로 인근 중학교나 고등학교를 많이 선택하는데요. 그 이유는 위치가 가깝기도 하고 중고등학교 시설이 모두에게 익숙하기도 해서 일 겁니다. 하지만 저는 좀 멀더라도 대학교 고사장을 선택했는데요. 이유는 책걸상 때문입니다. 중고등학교 책걸상은 아무래도 청소년 체형에 맞춰져 있어서, 성인에게는 불편할 수 있거든요. 반면에 대학교는 일반 성인 체형에 맞는 책걸상이 배치되어 있으니까, 일단 몸이 조금은 편합니다.
두 번째로 아날로그 손목시계는 반드시 준비합니다. 저는 카시오에서 나온 시계를 급히 주문해서 차고 갔는데,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물론 시계가 없어도 시험 보는 데는 지장이 없습니다. 시험 종료 15분 전, 5분 전에 방송 안내가 나오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시험 중간에 시간을 모른다는 것이 엄청난 불안을 야기하더라고요. 단지 남은 시간을 안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해지고 시간 전략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으니까, 아날로그시계는 꼭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문제지와 OMR 카드 작성요령을 숙지해 가는 건데요. 일단 저는 문제지에 답을 체크했습니다. 방송에서는 문제지에 답 체크 하지 말라고 반복해서 안내하지만, 사실 문제지에 답 체크 하더라도 거의 제재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이 사실을 몰랐다면, 문제지에 낙서하지 않으려다 시간적 손해를 많이 봤을 겁니다.
그리고 OMR 답안지 작성도 일반 샤프나 연필이 아닌, 2mm 두꺼운 심을 사용하는 일명 토익샤프(?)를 준비하는 건데요. 두세 번만 슥슥 그어도 답안을 체크할 수 있으니, 여러 번 움직여 체크해야 하는 연필이나 샤프보다는 시간이 많이 절약됩니다. 저는 일부러 이런 팁들을 미리 찾아보고 숙지했는데요. 실제 시험에서 답안 체크하는데 꽤 여유가 생겼습니다.
오늘은 10년 만에 토익 시험 보고 온 이야기를 해 봤는데요. 솔직히 정말 오랜만에 겪어보는 시험 경험이 뭔가 새로웠습니다. 처음엔 걱정도 많고, 또 불안감이 커서 긴장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긴장된 수험생의 일상이 꽤 즐겁게 느껴지기도 했다는 겁니다. 참 희한한 경험인데요. 오랜만에 시험을 앞두고 좀 많이 설레더라고요. 방송인 조나단이 시험이 주는 긴장과 설렘이 너무 좋아서 한국사 시험 보는 것을 즐긴다고 하던데요. 토익 수험자로서 저 또한 지난 한 달의 일상은 꽤 기분 좋은 설렘이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최근에 본시험이 있으신가요? 여러분들의 시험 경험은 어땠는지 댓글로 공유 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