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래도, 동태 전은 제 소울푸드입니다.
설 연휴, 어머니 댁에 갔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명절 음식인 동태 전을 마음껏 먹었습니다. 동태 전은 제 최애음식입니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기억이 안나는 어렸을 때부터 저는 동태 전을 좋아했습니다. 심지어 저에게 명절이란 이런 의미였습니다.
동태 전 먹는 날!
지금이야 '동태 전'이라고 부르지만, 저희 집에서는 '동태부침' 혹은 '동태부침개'라고 불렀습니다. 그래서 명절만 되면 어머니를 졸졸 쫓아다니면서, 동태부침개 언제 할 거냐고 졸라댔습니다. 철이 좀 없었죠?
그래서 제가 동태 전을 얼마나 좋아하냐면, 갈비찜보다 동태 전을 더 좋아합니다. 명절에 갈비찜은 몇 점 안 먹어도 동태 전은 눈에 보이는 족족 다 먹으니까요. 어머니가 차례상에 올릴 거 없으니까 적당히 먹으라고 하셔도 참을 수 없어 눈치 보다가 하나씩 더 집어 먹었습니다. 그런 제 모습을 보시고 언젠가부터 어머니는 차례상과 손님상에 올릴 통태전을 필요한 만큼 따로 숨겨놓으시더라고요. 그만큼 제가 동태 전에 있어서는 참 유별났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제가 평소에 식탐이 많은 성향은 아닙니다. 오히려 어렸을 때는 까탈스러운 편식쟁이였는데요. 야채나 해산물, 고기 음식도 먹는 것보다는 안 먹는 음식이 더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태전만은 정말 좋아했습니다. 해산물을 싫어하는데도 말이죠. 그래서 명절에 차례를 마치고 친척들이 모여 밥을 먹을 때, 제 앞에는 고기 음식보다는 동태 전을 비롯한 부침음식들이 항상 놓여 있었습니다. 밥 먹을 때만큼은 그 동태 전 하나로 정말 행복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먹어본 동태 전 중에 가장 맛있는 동태 전은 갓 부친 동태 전입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어머니께서 동태를 부치실 때, 옆에서 도와드리는 척하며 하나씩 집어 먹는데요. 정말 꿀맛입니다.
이번 명절에도 어머니댁에 갔더니, 절 불러서 참 다양한 일을 시키시더라고요. 이거 사 와라! 김치 좀 내와라! 청소 좀 해라! 같은 소소하지만 귀찮은 심부름인데요. 이런 어머니의 부름 중에서도 가장 반갑고 즐거운 말이 있었습니다. 뭔 줄 아십니까?
동태 전 간 좀 봐!
이 말을 듣고, 없던 힘도 생겨났어요. 바로 달려갔습니다. 그렇게 동태 전 집어먹기 먹방이 시작되는 겁니다. 물론 요즘에는 적당히 먹고, 절제하는데요. 개인적으로 동태 전은 매일 먹어도 전혀 질리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절 매혹시킨 중독적인 동태 전의 맛. 그 비결은 무엇일까요? 곰곰이 생각한 끝에 내린 결론은, 맛소금의 짠맛과 감칠맛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msg를 나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맛소금을 비롯해 조미료를 좋아합니다. 음식에 넣으면 맛있으니까요. 거기에 동태 속살의 탱탱하고 부드러운 식감과 감칠맛이 침샘을 자극합니다. 그리고 계란물, 기름에 부쳐진 계란의 고소함을 포함해서 동태 전은 제가 좋아하는 맛으로만 똘똘 뭉쳐 있은 최고의 음식인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 저에 대한 어머니의 애정이 담긴 음식인데, 제가 안 빠져들고 배기겠습니까?
요즘 명절은 예전과 참 달라졌습니다. 이제 저희 집에는 일가친척들이 모이지 않고요. 다들 각자 자기 집에서 명절을 치릅니다. 해외여행을 가는 친척들도 많고요. 저희 가족은 명절에 어디 안 가고 집에서 명절음식만 몇 개 만드는 정도로 분위기만 내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어머니는 명절에 할 일이 줄어서 많이 편해졌다고 하시는데요. 동태 전만큼은 꼭 하십니다. 명절에 갈비 찜과 만두는 안 한지 오래되었어요. 하지만 동태 전은 아직까지 꾸준히 하고 계십니다. 심지어 명절이 아니라도 제가 어머니댁에 갈 때는 동태 전이 부쳐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동생이 하루는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엄마한테 오빠가 집에 온다고 하면 항상 하는 소리가 있다고...
오빠 온다고?
그럼 동태 좀 부쳐놔야겠다!
그 말을 듣고, 동태 전에 담긴 어머니의 애정을 깨달았습니다. 가슴이 뭉클하고, 코 끝이 찡해졌어요. 그 후부터 동태 전을 먹을 때마다 어머니 사랑이 느껴집니다. 이번 설에도 동태 전을 부치실 때, 그걸 집어먹는 저를 보시면서 잔가시는 없냐고 연거푸 물으셨습니다.
동태를 사서 포를 앏게 떠야 맛있는데, 요즘 손목이 아파 마트에서 포 떠진 것을 사 왔더니 두껍고 가시가 많다고 불평을 털어놓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자신이 조금 손질했는데도 계속 가시가 나온다고 혹시나 목에 걸릴까 잘 골라 먹으라고 걱정스레 제 모습을 지켜보시는데요. 그 모습에 또 마음이 뭉클합니다. 이제 저도 어머니의 따스한 눈빛에 담긴 애정과 사랑을 조금은 느낄 수 있는 나이가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누가 뭐래도 동태 전은 이제 저의 가장 소중한 소울푸드입니다.
동태 전은 어릴 때부터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는 제 최애 음식입니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데요. 저에 대한 어머니의 애정이 느껴지는 음식이기도 해서, 저는 동태 전을 제 소울푸드로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오늘 설 명절이라 그 동태 전을 마음껏 먹고, 집에 또 한 바가지 싸 오기까지 했는데요. 소소한지만 동태 전 하나에 정말 행복해졌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여러분의 최애음식, 소울푸드는 무엇입니까? 여러분의 이야기도 댓글로 공유해 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