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완벽한 장례식』

저자: 조현선 / 출판사: 북로망스

by 사이글
저자의 핵심 주장: "나의 죽음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살자."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목록이 있어 참 다행이다. 오늘 무슨 책을 읽을지, 어떤 책을 살지 고민하는 시간을 단축시켜 주기 때문이다. 오늘은 완벽과 장례식이란 단어들 때문에 이 책을 선택했다. 완벽을 믿지 않고, 언제 일어나도 놀랍지 않은 게 장례식이라고 믿는다. 대체 무슨 장례식일까 생각하며 차분히 읽었다.

죽는 사람들은 그 순간에 자신의 마음이 꽉 잡는 한 가지만 기억한다고 했다. 즉, 정확히 자신이 원하는 바를 기억하진 못한다는 것이다. 주인공 나희는 기억하지 못하는 죽은 이들의 부탁을 들어주며 삶, 사랑, 그리고 관계를 돌아보았다. 부탁이 이루어지면 장례지도사가 이들을 장례식장으로 배웅했다. 미련 없이 떠나며 나희와 인사하는 이들의 표정엔 항상 싱그러운 웃음이 있었다. 나희의 눈에 죽은 이들이 보인다는 설정과는 대비되게, 죽음 자체는 무섭게 느껴지지 않도록 묘사되었다.

만약 내가 오늘 죽는다면 미련이 없을 거라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나희같은 존재가 있을 거라 확신하며 스스로를 속일 순 없다. 최소한 죽음이 닥치더라도 꽉 쥔 주먹을 펼 수는 있어야 한다.

우리 모두 시한부 인생이란 걸 의식하며 살진 않지만 주먹을 펴는 연습도 때때로 해야 한다. 먼저 부모님께 전화하는 것으로 난 시작하겠다.



새로운 발견: "할머니 용돈이 가르쳐준 사랑"

10대 어린 시절, 할머니 집에 가는 것을 좋아했다. 시골이어서, 강아지가 있어서 등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용돈을 잘 주셨다. 신축으로 리모델링된 주택의 대문을 열면 현관문도 자연스레 열려있었다. 백구에게 인사하고 들어서면 안방에서 할머니의 "왔나?" 목소리가 들렸다. 거실 바닥은 참치가 얼만한 냉기가 가득했지만, 할머니의 안방만큼은 따뜻했다. 절을 올리고 따뜻하게 옆에 앉으면 몰래 용돈을 주셨다. 어머니가 막내라 날 더 이뻐하셨는데, 항상 똥개라고 불러주셨다. 나보다 어린 녀석들이 등장한 이후부턴 나의 칭호를 빼앗겼지만 용돈만큼은 건재했다.

사회생활도 벌써 3년 차로 접어들었다. 벌어도 부족한 게 돈이다. 그래서 할머니가 주셨던 돈 자체의 의미를 이제는 마음 깊이 깨달았다. '이제 돈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나이'란 것을 실감하며, 자신의 장례식비 마저 남기고 가신 할머니의 사랑이 존경스럽다.



밑줄 친 문장: "이제 걱정은 하지 않아. 미련도 남지 않고. 사실 더 이상 아내나 아들한테 마음이 쓰이지 않는구먼."

부탁을 들어준 주인공 나희에게 떠나기 전 말했던 오수형의 말이다.

이제 막 주먹을 펴고자 노력하는 나에게 저런 말은 충격이었다. 마음이 쓰이지 않을 수가 있을까.

작년에 할머니 장례를 치른 후, 할머니 사진을 보관하려는 나를 말리며 어머니는 꼭 지워달라고 했다. 죽은 사람의 사진을 갖고 있는다고 좋은 건 아니라고 했다. 어쩌면 오수형처럼 할머니가 가족 생각 없이 편히 쉬길 바란게 아닌가 싶다.

친척들끼리 만나면 할머니 얘기는 이제 나오지 않는다. 입 밖으로 나오지 않으면 영영 잊힌 거라고 슬퍼했었다. 어느 날 웃는 모습으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나온 꿈을 꿨다는 누나의 말을 듣고, 더 이상 할머니와 우리 사이엔 슬픔은 없음을 받아들였다.


이전 02화『말발굽 소리를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