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서점』

저자: 여원 / 출판사: 도서출판담다

by 사이글
저자의 핵심 주장: "죽음과 마주 보고 자신의 삶을 이해하자."

사후세계는 객관적으로 알 수 없어 항상 궁금했다. 종교에 따라서 무의미한 상념이긴 하나, 나에겐 적어도 그렇지 않았다. 다른 책을 찾으러 교보문고 J열 어느 책장으로 갔을 때, 그래서인지 나에겐 참 매력적으로 보였다. 2페이지가량 읽곤 곧바로 손에 쥔 채 자리를 떠났다.

서점의 주인 숙희와 그녀를 돕는 저승차사 인현은 죽은 이들을 따뜻하게 맞이한다. 그들과 계약을 맺고, 그들의 책을 판매하는 대신 소원 1가지를 들어준다. 소원을 들어줄 때마다 울컥했다. 겹겹이 쌓인 사람의 간절한 마음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오랜만에 눈물이 맺히게 하는 재밌는 소설이었다.

에피소드마다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자신의 삶을 죽어서야 돌아보기에, 내가 생각한 저자의 핵심 주장과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살아서 책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선 다르다고 느꼈다. 우리는 아직 살아있으니 돌아볼 여유가 있으니까.

나는 항상 자신감과 특별함을 세뇌하며 살아왔다. 즉, 나를 평범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사회의 찬 바람을 힘껏 맞으며 죽음에 대해서 눈길이 갈 때 나는 그저 평범한 인간이었음을 깨달았다.

평범한 채로 죽는다면 여전히 아쉬운 마음이 든다. 조금 더 남들보다 특별하게, 나의 기준에서 조금 더 특별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 하지만 특별한 채로 죽는 것과 별반 다름이 없다. 그저 죽는 것이다.

나의 시선 혹은 사람들의 시선에서 내가 평범하든 특별하든 간에, 할아버지의 말씀처럼 내 마음의 소리와 양심을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새로운 발견: "우리는 얼마나 원망하며 살까?"

퇴사를 하는 주요한 원인 중에 하나가 사람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를 벗어나고자 퇴사하더라도 종종 맞닥뜨리게 된다. 심지어 프리랜서로 전향했을 때 가장 큰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나는 비교적 다정하고, 사람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인사담당자가 되고 싶었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싶었다. 과수원을 하는 집에선 과일을 잘 안 먹게 되는 것처럼, 시간이 갈수록 사람으로부터 관심이 멀어지기 시작했다. 오히려 원망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정말 여러 가지 이유로.

원망에 생각 없이 물을 주게 되니 원한이 될 때도 있었다. 사나운 눈빛과 매서운 칼로 마음의 형태가 변해가는 느낌이 들었다. 다만, 부모님의 사회생활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면 사랑이 커지듯, 원망도 한순간에 없어질 때도 있었다. 자연스레 원망하기보다 스스로의 생각을 성숙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점차 바뀌어갔다. 그래서 감정 에너지 소모하지 말라는 유튜브 댓글들이 달렸었나 보다.

저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잔인한 현실이 아닌 그보다 일상적으로 논할 법한 이야기로 원망을 말할 수 있다면 아주 조금만 이해하면 되니 대화를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밑줄 친 문장: "아파하는 만큼 서연 씨를 사랑했다는 증거고, 기억하는 만큼 서연 씨가 소중한 존재였다는 걸 잊지 말아요."

2년 전이라면 속독하고 지나갔을 문장이었다. 지금은 오래 머물러 여러 번 읽는 문장이 되었다. 위로가 되어 한참을 멍하니 문장을 곱씹었다. 다정한 만큼 냉소하기도 한 나에게 참으로 고맙고 미안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한편으론, 기억은 나의 선택으로 잔인한 동화책을 만드는 것 같았다. 분명 행복한 순간이었는데, 함께 나눌 사람이 사라진 기억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혼자가 되었을 때와 다른 인연들을 만났을 때 해석이 점차 다채로워지고 배움이 쌓여간다. 더구나, 동화책을 더 이상 찾지 않게 되었을 때 비로소 완독 한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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