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프란츠 카프카 / 출판사: 푸른숲주니어
"전 저 벌레를 오빠 이름으로 부르고 싶지 않아요. 전 그냥 '저것'이라고 부를 거예요. 우리는 저것에게서 벗어나야 해요. 그동안 저것을 돌보고 참으며 사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어요. 아무도 우리를 비난할 수 없을 거예요."
긴 연휴를 맞이하기 전에, 1년 동안 소식이 없던 친구와 식사를 했다. 우리는 만나기 전 책이라는 소재로 이야기하기로 했다. 서로가 추천해 주는 책으로 구태여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되니 마음이 편했다.
친구는 나보다 오랫동안 독서를 좋아했다. 많은 생각을 정제할 수 있는 지점에 이르렀을 때 나는 독서가 즐거웠는데, 친구는 나처럼 생각이 많았어도 책이 즐거웠다고 했다. 부러운 마음과 동시에 현재에 감사했다.
연어 가마구이 솥밥을 시켜놓고 책을 교환했다.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 신화'와 크리스텔 프리코랭의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책이 눈앞에 놓였다. 어려운 묘사와 그 간의 어려움이 각각 담긴 책들은 그 친구 다웠다.
선정 이유를 교환하곤 알라딘 중고서점에 가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카프카의 '변신'을 추천받아 즐거운 마음이 가득한 채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카프카의 가장 큰 매력은 의미의 모호성으로 인한 다중의 해석 가능성이었다. 기발한 발상과 상상력을 동원한 소재들이 내 머릿속 현실과 맞닿았을 때 다양한 해석이 난무했다. 이것이 천재성인가 싶었다. 내가 작가였다면 이렇게 글을 쓰고 싶었을 것이었다. 언젠가 카프카의 무대가 된 프라하에서 그의 책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하룻밤 사이에 가족들이 혐오하는 벌레가 된 그레고르에게 연민을 느꼈다. 그 연민은 곧 나 자신에게 투사되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어느 날 '저것'이 되어버린 날엔 내 주제도 모른 채 부조리한 마음이 들었다. 배신감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입장만 바꾸면 누가 누구를 배신했는지에 관한 주어와 목적어가 쉽게 바뀌었다. 그럼에도 서로를 탓하기도 전에 여기까지인 것을 알았다. '저것'은 이름이 없었다. 지구 반대편에 사는 어떤 사람에게 내 이름을 물어본다면 당연히 모를 것이다. 그래도 만나게 되면 '누구세요?'라고 물어볼 것이고 이름을 밝힐 텐데 우리한텐 이름도 들어갈 수 없었다. 나는 아무런 인연 없이 상상만으로 그려낸 어떤 이보다 멀어졌다.
아직 벌레가 될 암울한 순간들이 남았을 것이다. 그래서 먼저 벌레가 되기로 했다. 내가 걸어 다닌 끈적한 흔적이 내 선택으로 이루어졌으니 어떤 이가 나무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