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장류진 / 출판사: 창비 (★독서 강추★)
"그때까지 언니가, 그때까지 내가 회사에 있을 수 있을까"
초등학교 장래희망은 외교관이었다. 뉴질랜드 어학연수를 다녀와서 들뜬 마음으로 어머니에게 여쭈었다. '한국에도 도움 되고, 뉴질랜드에도 도움 되는 직업이 뭐예요?' '두 나라를 이어주는 외교관이 되면 되지!' 네티즌들에게 물어본 결과 외교관은 영어를 잘해야 했다. 외교라는 단어가 와닿지도 않는 나이에 영어도 습득해야 한다는 건 부담으로 다가왔다. 혹시 영어에 재능이 있진 않을까하며 유학원에서 교정 해준 영어 일기장을 보았다. 빨간색 폭우가 거침없이 그어져 있었고 장래는 금방 포기하게 됐다.
이후엔 부모님이 좋아할 법한 장래희망을 적어냈다. 과학자, 공무원, 회계사 등등. 사실 난 꿈이 없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무얼 해야 하나 싶었다. 지금 이대로도 좋았다.
다행히 재능과 노력의 정도를 따지지 않고 공부는 열심히 했다. 중3 겨울방학 때 대충 살아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나의 삶과 공부의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아 공부에 매몰당한 건 아쉬웠다. 포클레인으로 모래를 퍼간 바닥처럼 고등학교부터 반수를 했던 20살까지 기억엔 공부 말곤 없었다.
장래희망에 대해 고민은 했었다. 문득 외교관이 떠올랐고, '한국 외교 24시'란 책으로 글쓰기 대회를 나갔었다. 에세이로 교장선생님께 직접 상까지 받았던 이력이 있지만 감성적인 글과는 달랐다. 거의 책을 베끼다 싶은 정도였다. 결국 나의 장래희망은 20 대란 망망대해를 표류했다. 사실은 나 자신이 표류했을지도.
어릴 때부터 사람의 행동 관찰과 마음 예측을 습관처럼 했다. 자연스레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인사담당자가 될 수 있었다. 더구나, 채용 분야는 내가 제일 좋아하고 자신 있는 분야가 되었다. 나의 관심을 원티드랩과 링크드인에 표출했고, 채용트렌드를 집필하시는 윤영돈 작가님 링크드인 게시물에도 내가 등장하고 있다. 게시물은 나의 독후감을 퍼가기 한 것뿐이지만 남모르게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일을 시작하면서 더욱 복잡한 감정을 마주하게 되었다. 나아가 사회인이 되니 낯설고 두려운 일이 많아졌다. 평소 상상을 좋아하는 나에게 현실은 더 냉혹하게 느껴졌다.
장류진 작가님은 상상이 아닌 하이퍼리얼리즘(초현실주의)으로 감명을 주셨다. 읽는 내내 뒷 내용이 궁금했고, 한 목차가 끝날 때마다 그 시간이 짧게 느껴져 아쉬움을 토했다. 마음속 깊이 공감되었던 내용들을 손에서 놓고 싶지 않았다. 심지어 필력이 상당했다. 여태껏 읽어 본 책 중 가장 부드럽게 읽혔다. 이런 책을 발견할 수 있어 너무 기쁜 나머지 침대 위를 굴렀다. 독서를 마치곤 '연수'라는 소설집을 구매했다. 예상을 넘어 나의 하이퍼 기대를 깨부술 것 같았다.
마지막 목차로 '탐페레 공항'이 있다. 구병모 작가님이 구사하시던 마지막 문장의 파급력을 이 작품도 가지고 있었다. 이건 직접 읽어야 하기에 스포는 하지 않겠다. 아, 그냥 모두가 읽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