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연습한다.

시인 이병률

by 사이글

길 한가운데 노인이 쭈그려 앉아 있다

차는 많이 없었지만 아무리 봐도 차가 다니는 길이고

자세히 보니 이 길은 다섯 갈래 모두 차가 다니는 길이었다


신호에 걸려 차 안에서 노인의 등짝만 내다보고 있던 나는

어딘가 잘못된 사람이 아닐까 싶었는데

그냥 멈춰 앉은 상태는 아닌 것이 분명했다


신호가 바뀌고 바싹 그의 옆을 지나다

아무래도 노인이 위험하겠다 싶어 경적을 울리는데

빵빵걸리지 말라고 노인은 단호하게 소리쳤다


아예 그가 쭈그려 앉은 것은

쓰러져 누운 강아지 한 마리를 쓰다듬고 있어서였다


더워서 더는 걷지 못하는 강아지의 주인이었을까

아니면 차에 치여 숨을 놓는 중인 주인 없는 강아지였을까


한 덩어리의 무엇을 옮기지 못하는 것은

결국은 자신의 무게 때문이겠지만


나도 며칠 전 꼼짝도 않는 종이 한 장을 놓고

눈을 떼지 못한 채 울먹인 적 있다는 사실 하나를

이 한 장면에 얹어도 될까


한 사람을 종이에다

그것도 흰 종이 한 장에 묻느라 혼곤했었다는 사실 하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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