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칭다오에서 출발한다.

시인 이병률

by 사이글

기차표가 없었는지 모자(母子)에게 자리는 하나 뿐이다

듬직한 아들은 얼핏 봐도 아프다

노모가 보온병을 건네고 과자를 건네보지만

다시 또 삶은 달걀을 건네도 아들은 싫다는 내색을 한다

아들은 육중한 무언가에 상체를 심하게 받친 듯 하다

기차가 어느 역에 멈추고

어머니가 앉아 있던 자리에 자리 주인이 와서

이제 어머니는 서 있어야 한다


집에 가는 길이 멀다


어머니가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 아들에게 가져다주니 이번엔 다 먹는다

아들은 서 있어도 괜찮다는 어머니와 자리를 바꾼다

어머니는 기댈 곳 없이 서 있는 아들이 벌써 아프다

생각난 듯이 약을 꺼내 아들에게 먹인다

짐칸에 올려진 이불 보따리는 제자리에 있지만

어머니는 다시 빈자리를 찾아 전전해야 한다


집에 가는 길이 멀다


잠시 자리를 바꾼 아들이 어딘가로 사라지는 것 같더니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온다

앞 칸에 자리가 많이 비어 있다는 전화였는지

앞 칸으로 무조건 건너오라는 말인지 서둘러 노모가 이동한다

두 사람은 마주 앉거나 나란히 앉을 것이다

짐칸의 이불 보따리는 몸을 말며 앞쪽으로 조금씩 밀려간다


기차는 입원과 간호로 지쳤을 단 두 사람만을 태운 것 같다

기차는 굽은 철길을 따라서 돌다 돌다 그렇게 인생의 앞 방향을 내다보는 중이다


지독히도 부드러운 길은 멀겠지만 돌다 돌다 더 멀어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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