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설 연휴

by 사이글

설 연휴 동안 부모님을 멀리하고 오이도를 다녀왔다. 대신 3월에 울산을 가겠다는 약속을 했다.


3/20(금) 오후 9시 광명역에서 기차를 탔다. 다음 주 월, 화 마저 휴가를 냈으므로 오기 직전까지 업무가 많았다. 멘붕이 올 정도로 요청이 많았는데 그럼에도 해결했다. 왠지 모를 자존감이 올랐다.


광명역은 정말 오랜만에 왔다. 좋은 추억이 참 많은 곳이다. 걸어가며 앉아가며 사색할 것이 많았다. 기차 시간이 빠듯해 새빛공원에만 잠시 들렸다. 그물에 누우면 만개한 벚꽃이 하늘을 덮었던 봄이 기억났다. 빛나는 초록 잎과 잰잰 걸음 거리 정도로 꽃이 가득했던 여름이 이어졌고, 짧았던 가을을 지나 얼음처럼 굳은 약속을 했던 겨울을 생각했다. 이제는 따뜻한 봄이 없어서 세계절이 되었지만 그때는 사계절이었다.


기차를 타면 루틴이 있다. 30분 정도 책을 읽다가 1시간 졸고 또 30분을 읽다 보면 목적지에 도착했다. 항상 편도로 100페이지가량 읽어, 200페이지 책을 챙겨가면 다시금 돌아오며 완독을 했다. 요즘은 경제 공부가 한창이라 경제지표를 챙겨보았다. 엥겔지수가 30을 넘는다고 했으니 식비를 줄여야겠다는게 울산 도착하자마자 내린 결론이었다. 외식보다 이자 내는 게 더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늦은 밤에 도착해 짐을 풀자마자 하루가 끝났다. 요즘 너무 일찍 자는 버릇이 생겨 아쉬운 밤이 아니었다. 더구나 내일은 할머니 기일로 산소에 가야 했다. 얼른 만나고 싶어 일찍 잠을 청했다.


영상 18도의 날씨였다. 갑자기 여름이 온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분명 어젠 가을쯤은 되었다. '그래, 어제보다 더욱 큰 일교차가 있겠구나' 묘지공원 언덕을 올라가며 예상했다. 손을 맞잡고 걸어오는 부모님을 뒤돌아 보았다. 언제나 어머니가 먼저 손을 잡으시고, 마지못해 잡히시는 아버지였다. 세월이 지나도 여전한 모습에 안도감과 편안함을 느꼈다. 다른 점은 없을까 공원 주위를 둘러보았다. 환경보호를 위해 오직 생화만 산소 양쪽으로 꽂을 수 있게 되었다고 했는데, 그래서인지 꽂은 거의 없었다. 예전엔 누가 더 아름답고 풍성한 꽃으로 하는지 대결하는 것 같았지만, 사실 모두 소중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계신 곳이라 대결은 무의미했다.

어머니는 사과, 배, 감 그리고 여러 전을 꺼내셨다. 웅촌산 막걸리도 꺼내셨는데 얼큰한 기분으로 한 잔 마시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래도 장유유서를 지키기 위해 얼른 돗자리를 깔고 절을 드렸다. 산소에 막걸리 한 잔을 천천히 뿌리고 인사를 드렸다. 항상 비는 말로 '도와주세요, 지켜주세요'가 습관이 되었다. 무엇을 도움 받고 싶은지, 무엇을 지키고 싶은지 명확할 때가 있었다. 그것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는데, 그것이 없어지고 나서 목적어를 잃었다. 그래도 무엇 하나 도움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습관이 된 것 같았다.

한 잔 시원하게 마시고 공원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한 가족이 올라오고 있었는데 그분들도 소중한 만남을 하기를 바랐다. 그리고 가족이 평안하길 속으로 빌었다. 그냥 그랬다.

집에 돌아왔을 때는 오후 5시였다. 밀면을 이른 저녁에 먹어 배는 고프지 않았다. 이는 야식을 부르는 생각이었다. 처갓댁 후라이드 치킨을 시켜 부모님과 먹었다. 미국에 있는 누나가 보고 싶어 화상 통화를 연결해 먹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항상 어머니는 우리만 맛있는 걸 먹는 것 같아 미안하다고 하셨다. 하지만 누나는 다이어트 중이었다.


이튿날 할머니 제사를 지낸 것, 눈썹문신을 한 것 외에 내가 한 일은 독서와 교보문고 및 독립서점가기였다.

내가 금연을 한 것은 내가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였다. 그중 책은 고부가가치 상품이었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이 책은 이도우 작가님이 쓰신 것으로 드라마로도 유명했다. 책을 먼저 접한 분들은 드라마에 실망했다고 하는데, 난 역순이라 책이 너무나 기대됐다. 망설임 없이 바로 구매했고, 휴가가 끝나기 전에 무조건 완독 할 예정이다.


내 휴가를 길게 설명하는 건 나조차 지루하다. 그저 만날 수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어 행복했고, 만날 수 없는 사랑하는 사람은 그리웠다. 자유로운 감정 속에 나를 놓아두어 보고 싶음을, 그리움을 해소하는 시간이었다고 짧게 적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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