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 문화의 작동 원리: ‘건축가’를 넘어 ‘정원사’로

복잡성 시대, 조직을 자생적으로 진화시키는 문화 설계 전략

by 김승석

1. 변화의 시대, 조직 문화의 '운영체제'를 점검하라

오늘날 한국 기업들이 외치는 ‘수평 조직문화’는 종종 과거 산업화 시대의 위계적 운영체제 위에 덧씌워진 겉모습에 불과합니다.

기술, 시장, 인재의 급변하는 외부 환경은 정적인 계획과 통제 중심의 ‘건축가(Architect)’ 리더십 모델의 한계를 명확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조직은 단순한 기계 구조가 아닌 복잡 적응 시스템(Complex Adaptive System, CAS)으로 보아야 합니다.

이 관점에서 조직문화는 리더가 명령하여 설치하는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구성원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생적으로 창발(Emergence)하는 생명력 있는 프로세스입니다.

따라서 HR 실무자는 조직을 살아있는 유기체로 보고, 구성원들의 상호작용이 스스로 진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정원사(Gardener)’ 리더십과 문화 설계로 전환해야 합니다.



2. ‘정원사 문화’ 실현을 위한 구조적 개입 포인트

한국 조직은 Hofstede 문화 차원에서 나타나듯, 높은 권력 거리와 불확실성 회피 경향이 강해 수직적 통제와 예측 가능성을 선호합니다.

이러한 구조적 맥락 때문에 선언 중심의 수평 문화는 '조직 침묵(Organizational Silence)'과 '집단사고(Groupthink)'를 낳고 실패하기 쉽습니다.

정원사 문화를 실현하고 실질적인 실행력을 확보하기 위해, HR 실무자는 시스템적 관점에서 다음과 같은 구조 혁신에 집중해야 합니다.


리더십의 ‘권력 행동’ 피드백 메커니즘 구축: 단순한 선언보다 리더의 실제 행동을 바꾸는 것이 중요합니다. 360도 피드백이나 익명 인터뷰 같은 객관적인 메커니즘을 통해 리더가 자신의 통제 성향이나 권력 행동이 구성원에게 어떤 심리적 영향을 미치는지 자각하게 도와야 합니다. 비난 없는 안전한 공간(예: 리더십 서클)에서 경험을 나누며 자율적인 성장을 촉진해야 합니다.


자율과 실험을 장려하는 제도적 재설계: 문화 혁신의 실패는 외형만 수평이고 내부 운영 체제가 여전히 수직적이기 때문입니다. 평가보상 시스템, KPI, 목표 설정 방식을 재검토하여 수직적 통제 중심에서 벗어나 권한 위임과 자율 실행을 보상하는 방향으로 수정해야 합니다. 실패를 학습의 기회로 인정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창발적인 문화를 위한 핵심입니다.


정원사 역량 개발 및 내러티브 강화: 리더에게 코칭, 퍼실리테이션, 경청, 심리적 안전감 조성과 같은 구체적인 ‘정원사 역량’을 훈련시켜야 합니다. 워크숍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러한 역할을 연습할 장을 제공합니다. 더 나아가, ‘정원사 리더십’의 성공 사례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공유하여, 조직 내 영웅 서사(Narrative)를 새로운 행동 모델로 재구성하는 문화 스토리텔링을 강화해야 합니다.



3. HR 전문가의 시사점: 적응과 진화를 위한 생태계 설계자

현대 조직의 성공은 예측 불가능성에 얼마나 유연하게 적응하고 진화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습니다.

정원사형 리더십과 문화 설계는 단순히 좋은 분위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 조직의 회복탄력성(Resilience), 혁신성(Innovation), 그리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전략적 토대입니다.


HR 실무자는 이러한 전환이 단기간의 프로젝트가 아님을 인지하고, 리더와 구성원의 의식적 학습, 조직 시스템의 지속적인 재설계, 그리고 문화 내러티브의 재구성을 포함하는 장기적인 변화 여정을 설계하는 생태계 설계자로서 기능해야 합니다.










참고 문헌

Schreiber, C., & Carley, K. M. (2006). A Model of Complex Leadership Theory. In S. L. Z. (Ed.), The role of networks in the rise of complexity science: A tribute to Robert Rosen. Emerald Group Publishing Limited. (복잡 리더십 이론)

Hofstede, G., Hofstede, G. J., & Minkov, M. (2010). Cultures and Organizations: Software of the Mind. McGraw-Hill. (Hofstede 문화 차원 이론)

Stacey, R. D. (2007). Strategic Management and Organizational Dynamics: The Challenge of Complexity. Pearson Education. (창발성 및 복잡계 이론)

ScholarWorks. (2018). The Effect of Power Distance and Uncertainty Avoidance on Organizational Culture and Employee Attitudes: A Study of Korean Employees. (한국 문화의 구조적 맥락)


keyword
작가의 이전글AI 시대의 인간 중심 전환: 저항을 혁신 동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