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과 급식, 우리 아이 뭘 먹이나
큰아이가 유치원에 입학하고 얼마 안 됐을 때, 하굣길에 같이 차 타고 오면서 제일 먼저 학교에서 어떤 아이가 싸 온 음식을 보고 지나가던 반 친구가 큰 소리로 “Yuck!”이라고 해 소란이 일었다는 이야기를 흥분해서 들려준 적이 있다. 들어보니 평범한 음식이었는데 소리 지른 아이가 편식을 해 싫어하는 음식이었던 듯하다. 우리 아이가 당한 일은 아니지만, 아이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사건인 것 같아 그 후로 도시락을 싸 줄 때 더 조심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한국음식을 먹는 것을 창피해할까 봐서가 아니라, 안 그래도 편식을 하는 아이가 먹는 음식의 종류가 더 제한될까 봐 걱정이 되어서다.
어느 육아서에서 편식을 극복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학교 급식 등을 통해 다양한 음식에 노출하고, 다른 아이들이 먹는 것을 보고 흥미를 느껴 맛을 보게 하는 것이라고 읽은 적이 있다. 그런데 미국 급식은 (워낙 땅덩어리가 넓고 큰 나라라)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더라도 대체로 한국과 비교했을 때 신선한 야채나 다양한 식재료와 조리법을 사용하지 못한다. 극단적인 예일 수 있지만, 큰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원래 급식이 제공되지 않는 학교였다. 작년 가을부터 캘리포니아 주 정부의 새 방침에 따라 아침과 점심을 제공하기 시작했지만 학교에 부엌을 포함한 급식을 준비할 시설이 전혀 갖추어지지 않아 따뜻한 음식은 불가능해, 아침은 시리얼과 우유, 점심은 옆 학군의 학교에서 준비해 냉장차로 배달해 주는 차가운 샌드위치와 과일 한 개 정도만 나눠주는 식이다. 옆 동네 급식식단도 딱히 낫지는 않다. 핫도그, 칠리, 냉동피자가 주 메뉴다.
그래서 도시락을 싸는 집이 많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워낙 인종도, 문화도 다양한 나라라 도시락의 모양도 다양할 것 같지만, 우리 동네는 한국인이 거의 없고 주로 백인이 많아 보통 간단한 샌드위치나 파스타, 과일 2-3 종류, 야채 조금, 그리고 칩이나 과자 한 조각을 넣어준다. 신기하게도 몇 년 전부터 미국에서 김을 대표적 건강간식으로 적극적으로 홍보한 덕인지, 간혹 간식으로 김을 싸 오는 아이들도 있다. 그러나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아직 순수하고 정직해서 그런지, 생소한 음식이나 싫어하는 음식을 보면 대부분 “Yuck”이라는 말부터 자동으로 튀어나간다.
그럴 때 "Don't yuck my yum."이라고 대응하는 선생님들이나 엄마들이 많다. 아이들이 이 표현을 재미있어해서 잘 기억하고, 기분 좋게 더 이상 음식에 대한 불평을 하지 않도록 막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학교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활용하기 좋은 표현이다. 무조건 먹기 싫은 걸 먹으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 아이들이 이 말에 답하는 법도 가르쳐 주면 좋을 것 같다. 다음에 아이 입에서 “Yuck”이라는 말이 나오면 다음과 같이 대응해 보면 어떨까?
아이: Yuck!
엄마: Don't yuck my yum. Why don't you try a bite first before you say no?
아이: I don't like it yet. Maybe next time.
엄마: Okay, maybe next time we could try baking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