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알, 한 알의 소중함

-탁구에서 배운 교훈

by 엉뚱이

몇 년 전의 일이다. 남양주에서 큰 규모의 탁구 시합이 있었다. 자주 나가는 탁구 체육관에서 3인조 단체전에 참가하라고 하여 클럽 대표로 출전하였다. 오랜만에 대회 출전이라 가슴도 설레이고, 10여년전에 5부 결승까지 진출한 추억도 있어 나름 우승도 함 해보리라 결심하고 나갔다.


드디어 기다리던 시합일이 왔고, 그날 나는 네트와 엣지가 게임당 8~9번이나(?) 나오는 말도 안되는 행운까지 뒷받쳐주어 드디어 예선 3경기만에 결승 진출, 우승 트로피까지 받았다...라는 최종 결론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ㅎㅎ


그날, 사실은 처절하게 패배를 당했다.


첫 게임할 때부터 보아하니 상대팀은 우리팀의 전력보다 최소 1~2부씩 정도 실력 차이가 났다. 어쨋건 나는 다른 팀원들에게 민폐를 주지않기위해 남은 경기에 온 힘을 다해 공을 때려댔으나, 힘을 준만큼 드라이브는 멀찍하게 날아가버렸고, 평소 잘 나오지 않았던 서브 실수가 게임당 1~2개씩이나 나왔다.


한 세트 지면 나머지 세트 이기면 되지 뭐, 세트 스코어 2대0으로 지고있으면 나머지 세트 다 잡지 뭐, 2단식이 모두 패배하고 있으면 3단식하고 복식을 잡지 뭐...이런식으로 생각하고 계속 경기에 임했는데, 그날 온종일 지고 또 지고 또 패배하였다.


쓰라린 가슴으로 집에 와서 소주잔을 부여잡고 도대체 뭐가 잘못되었단 말이냐? 하며 나의 두 가슴팍과 죄도 없는 대갈통을 치면서 자책하고있을 때였다.


케이블 TV 스포츠 채널에서 우아한 자세로 쐐액~ 엄청난 속도로 서브를 넣고있는 한 여자 테니스 선수가 눈에 들어왔다. 뜨거운 더위로 인해 흑갈색으로 구워진 그녀의 두 다리는 리시브 공을 향해 전력 질주를 하고 있었고, 이글이글 타오르는 두 눈은 상대방의 서브 후속 자세에 맞춰져 있었다.


단 한 번의 풀 스매싱을 위하여 온 힘을 쥐어짜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있노라니, 대충대충 꼼수와 변칙적인 서브로 점수를 따내려고 하는 나의 모습이 처량하게 오버랩되며 수치심과 부끄러움이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스멀스멀 기어올라왔다.


그래 맞아...저거야. 내가 부족한 것이 바로...


강 스매싱도, 파워 드라이버도 아니었다. 회전 많은 서브도, 한 박자 빠른 리시브 스킬도 당연히 아니었다. 그냥 나는 지나치게 전체적인 승부에만 연연해 있었던 것이다.


탁구공 한 알 한 알을 지켜내는, 테니스공 한 공 한 공에 정성을 다하는...전체적인 승부가 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그런 작은 장면 하나 하나를, 나는 무시했던 것이다.


곰곰히 확대해서 생각해보면 성공적인 인생을 산 사람들은, 그네들의 하루하루, 시간시간, 분과 초에 얼마나 정성을 다한 사람들이었을까?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모든 1초들의 합이 결국 전체 인생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이미 알고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었겠지...

주말에 다시 한 번 탁구 시합에 도전해보려한다. 이번에는 진주알 꿰듯이 탁구알 한 알 한 알을 귀중하게 여기고...


그리고 마찬가지로 내게 닥쳐오는 인생의 순간적인 장면을 주시하고, 나의 온 힘을 모아 한 땀 한 땀 살아내보려 한다.


마음속 깊이 새겨둔 말을 뇌까리면서.


"순간이 쌓이면 전체가 되겠지...

최선의 순간이 쌓이면 어쩌면 최고의 전체가 되겠지..."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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