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면치료 에피소드
30여년간 주로 기업체에서 교육과정 개발과 컨텐츠 제작을 했던 나는 늘 새로운 source나 Trend에 목말라했다. 90년대 초반의 MBTI 심리검사부터 시작하여 NLP, 카네기스쿨, 7Habit, 케프너&트레고 문제해결, 매킨지식 문제해결, 구성주의 방법론, 밥파이크 창의적 교육방법론, HPT, AI(Appreciative Inquiry)...등등
심지어는새로운 문제해결 기법 과정을 습득한다고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날아가서 한달동안 KF과정이라는 수업을 이수하질 않나, Visioning 과목을 개발한답시고 최면치료 전문가를 찾아 국제 자격증까지 도전했으니...
학습을 도와줄만한 것들에 대한 호기심이 끝이 없었던 것 같다.
오늘 할 이야기는 바로 그 최면 치료에 관한 것이다.
어느날, 연수원의 강사들과 다과회를 즐기던 중 여자 강사 한 명이 평소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어서 고통스럽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주변에서 조금만 복숭아 가루가 날려도 재채기와 함께 몸에 엄청난 알레르기 현상이 나타난다고 했다. 순간 나는 10년전에 받았던 최면 교육 컨텐츠 중에 알러지 치료요법이 생각났다.
이미 직원들 중 몇 명에게 간단한 최면 유도를 해서 담배를 끊게 한 경험이 있던 터라, 이 Case도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한 번 고쳐보겠노라고 호기롭게 제안을 해보았는데, 이 말에 다른 강사들도 모두들 호기심을 보이며 한 번 해보라고 부추겼다. 어떤 이는 아예 이 기회에 전생으로 보내버리라고(?) 하여 웃음보와 박수가 터지는 등 강사실은 유쾌한 흥분으로 가득찼다.
좋아, 그럼 한 번 해볼까? 옆 회의실에 자리를 잡고 나는 10여년전에 배웠던 최면기술에 대한 기억을 억지로 되살려가며 그녀를 Relax 상태로 유도하였다.
신기하게도 그녀는 내가 유도하는대로 최면에 잘 빠져들었고(아마 최면 감수성이 매우 높았던 것 아닐까), 나는 배운대로 결정적 포인트에서 알러지 극복에 대한 멘트를 암시해주었다. 그날은 내가 생각해도 신기할 정도로 최면이 잘 진행되어 맘이 뿌듯한 채로 귀가하였는데...
다음날 아침, 출근해보니 최면시술을 받은 그 여자 강사가 병원에 실려갔다고 직원이 보고하였다.
엥~
H 병원 응급실로 정신없이 차를 몰고 가니, 어제 그 여자 강사가 수척해진 채로 나를 바라보며 힘없이 바라보는 것이었다. 말인즉슨, 최면 치료를 받은 그날 저녁 퇴근길에 바로 과일가게에 들러 복숭아를 한 웅큼 베어물었는데, 한 시간 쯤 뒤에 알러지가 예전처럼 몸 전체로 올라와 결국 응급실로 실려왔다는 것이었다.
그날, 얼치기 최면사는 미안하다고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 수밖에 없었는데...
이후, 나는 제대로 習되지않은 지식이나 스킬에 대해서 함부로 이야기하거나 적용하지말자고 굳게 다짐하였다. 반 정도 재미삼아 했던 행동이 선무당 사람잡는 꼴이 되었으니...
리더는 기본적으로 권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 권위는 타인을 향한 긍정적 영향력에서 나와야 한다. . 너무 무거운 기운을 내뿜으면 그 리더는 권위주의적 리더로 낙인찍힌다. 가볍게 처신할 때 당연히 그 리더의 권위는 가벼울 수 밖에 없다. 지나치게 냉랭해거나 따뜻해도 안되고, 너무 가벼워도 무거워도 안되는 리더의 처신...
하여튼 그날 밤, 나는 내가 너무 가벼운 리더가 아닌가 밤새 반성하고 또 반성하였다. 에구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