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르샤바의 추억

-수평적 조직문화에 대한 고민

by 엉뚱이

프레데리크 쇼팽 공항 게이트를 나오자, 짙은 회색 도시가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눈앞에 펼쳐졌다. 바로 이곳인가... 전쟁통에 먹을 것을 찾아 헤매던 스필만(Władysław Szpilman : 폴란드 태생의 유대인 피아니스트)이 독일 장교에게 발각된 그곳. (바르샤바는 영화 ‘더 피아니스트’의 배경이다)


동행한 김이곤 예술감독이 질문한다.

-스필만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더 피아니스트'의 마지막 장면, 즉 독일 장교 호젠펠트가 주인공에게 피아노를 연주하라고 했던, 절체절명의 순간에 그는 어떤 곡을 연주했을까?


순간, 생각했다. 독일 장교를 만족시키는 것은 당연히 독일 출신 작곡가일 터, 바흐?


감독님의 설명이 이어진다.

-쇼팽이었습니다. 어쩌면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그 순간에도 자신의 신념과 의지를 굽히지 않고 죽을힘을 다하여 연주한 쇼팽 발라드 no 1...


극심한 심리적 압박에서도 자국의 쇼팽을 연주한 주인공 스필만, 그리고 그것을 묵묵히 감상한 적국인 독일 장교 호젠펠트. 과연 나라면 어땠을까...





조직에서도 이러한 상황은 종종 발생한다.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만, 여러분들의 의견은 어떤가요?”

리더가 직원들에게 회의석상에서 의견을 구한다. 회의실에 순간 정적이 흐른다. 먼저 이야기했다가 야단맞으면 어떡하나, 의견이 상사의 의중과 다르면 어떡하지... 직원들의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가는 것이 느껴진다. 슬쩍 둘러보지만 모두들 입을 닫고 있다. 누군가는 이 고요를 깨뜨려야 한다.


게다가 상사가 권위주의적인 리더십을 갖고 있다면 입은 더욱 얼어붙는다. 평가권과 인사권을 보유한 그에게 잘못 보이면 영영 현 직장(또는 직무)과는 빠이빠이다. 어려운 일이다.

앞의 김이곤 감독의 질문을 조직 장면에서 이렇게 바꾸어 놓고 사유해보자.

-자신의 의견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조직, 즉 수평적 조직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조직 내에 스필만과 호젠펠트가 있어야 가능하다.

즉, 스필만처럼 '용기'있게 말하는 팔로워와 호젠펠트처럼 '경청'하는 리더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어떠한 심리적 압박에서도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는 팔로워, 그리고 묵묵히 끝까지 듣고 자신의 의견과 부하의 의견을 변증법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관대하면서도 열린 마음의 리더...


그리고 그 두 주체 간에 흐르는 '상호 신뢰'.


결국 그들이 수평적 조직 풍토(Organization Climate)를 만들어내고, 그것이 켜켜이 쌓이면 그 회사의 수평적 조직 문화(Organization Culture)가 되는 것이다.


ㅡ 8월 셋째 주 용모 생각













쇼팽 발라드 1번 쇼팽 발라드 1번